자신을 'STAR'로 만들어 준 'MOON'과 '적'으로 재회, 나성범은 상상이 안 간다

김지수 기자 2024. 6. 10.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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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님 취임식 영상을 보는데 나도 기분이 이상하더라."

김경문 감독이 2018 시즌 중도 사퇴하면서 나성범과 동행은 멈췄지만 나성범은 여전히 자신의 최고의 스승으로 항상 김경문 감독의 이름을 먼저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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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나성범과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 2012년부터 2018년까지 NC 다이노스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김경문 감독님 취임식 영상을 보는데 나도 기분이 이상하더라."

KIA 타이거즈 캡틴 나성범은 지난 2일 광주 KT 위즈전을 마친 뒤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 준 옛 스승에게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김경문 감독이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이 공식발표된 직후였다.

나성범은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종료 후 공식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김경문 감독님이 한화를 맡으신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감독님께 문자를 남겼다. 정신이 없으실 것 같아서 전화는 하지 못했다"며 "나중에 야구장에서 뵙자고 말씀드렸는데 바로 답장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나성범은 2012년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KBO리그 제9구단으로 창단한 신생팀 NC 다이노스에 지명돼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NC 초대 사령탑 김경문 감독과 만나 KBO리그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성장했다. 

나성범은 대학 시절까지 좌완 강속구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타자로도 높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프로에서는 투수로 뛰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았다.

NC 다이노스 시절 김경문 감독과 나성범.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하지만 나성범은 김경문 감독의 뜻에 따라 공 대신 방망이를 잡았다. 2012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담금질을 거친 뒤 NC가 1군에 진입한 2013 시즌부터 팀의 핵심 타자로 뛰기 시작했다. 

김경문 감독은 나성범이 대학 시절 어깨 부상이 있었던 데다 신생팀의 얼굴이 될 '스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나성범의 체격 조건과 성실함, 타격 자질 등을 고려하면 타자로 더 대성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김경문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나성범은 1군 2년차였던 2014 시즌 타율 0.329, 157안타, 30홈런 101타점 14도루로 리그 정상급 좌타 거포로 발돋움했다. 2015 시즌에는 타율 0.326, 184안타, 28홈런, 135타점, 23도루로 더 괴물이 됐다.

나성범은 2016 시즌에도 타율 0.309, 177안타, 22홈런 11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2017 시즌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타율 0.347, 173안타, 24홈런, 99타점으로 NC의 중심 타선을 이끌었다.

NC 다이노스 시절 김경문 감독과 나성범.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나성범이 김경문 감독의 설득에 따라 프로 무대에서 타자를 선택한 건 신의 한수가 됐다. 나성범은 김경문 감독과 함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한국시리즈 진출(2016)이라는 멋진 여정을 함께했다.

김경문 감독이 2018 시즌 중도 사퇴하면서 나성범과 동행은 멈췄지만 나성범은 여전히 자신의 최고의 스승으로 항상 김경문 감독의 이름을 먼저 꼽는다. 

나성범은 이제 자신이 존경하는 옛 스승을 그라운드에서 '적'으로 만난다. KIA는 오는 21일 홈구장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와 주말 3연전을 치른다.

KIA 타이거즈 나성범. 오는 6월 21일 한화 이글스와의 광주 홈 경기에서 옛 스승 김경문 감독을 처음으로 적으로 상대한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나성범은 "야구장에서 김경문 감독님을 뵙게 되면 일단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고 웃은 뒤 "감독님 한화 취임식 뉴스 영상을 보면서 기분이 조금 이상하더라. 처음 프로에 왔을 때 감독님이 이제는 다른 팀에 계시는 거니까 기분이 조금 묘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실 나는 아직도 김경문 감독님이 무섭다. 신인 때부터 감독님과 함께했기 때문에 정말 눈치를 많이 봤다"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지금도 감독님을 보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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