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발 묶은 ‘토허제’ 풀릴까…시장 침체 속 전문가들도 ‘신중론’
토허제 둘러싼 재산권 침해 등 시장 반발 여전
“집값 폭등 우려 적어” vs. “강남 상징성, 개발호재 커”
서울시가 강남권 일대 아파트 단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집값 상승과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규제지역으로 묶은 지 4년 만에 변화가 감지된다.
1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동(삼성·대치·청담·잠실동) 14.4㎢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을 논의한 결과,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일부 반대의견이 나와서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코엑스에서 현대차 GBC를 거쳐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116만㎡에 주요 산업시설 및 수변공간을 연계한 마이스(MICE) 거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들 지역은 대규모 개발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에 따라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지난 2020년 6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오는 22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도계위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연장을 보류한 건 이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회복 및 거래량 증가 추세와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전세시장의 연관성, 일반아파트와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 요인 등에 대한 더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안건을 보류하고 다음 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직접 거주 또는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도록 지정한 구역인 만큼 아파트의 경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단, 비아파트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규제지역으로 묶이지 않은 인접 지역의 집값이 더 치솟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규제지역에선 거래가 위축되고 과도하게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민 반발이 거셌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이번 ‘보류’ 결정을 놓고 시장에선 일부 규제 완화 기대감을 점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한 만큼 시가 우려하는 집값 상승 가능성이 적어 규제를 해제해야 한단 의견이 나온다. 전셋값이 장기간 상승하는 만큼 가격 안정 효과도 있을 거란 판단이다. 반면, 각종 개발호재를 품은 데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규제 완화가 쉽지 않단 의견도 나온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지금 전세 문제가 심각하다. 주거 선호지역의 전세를 더 없애고 있어서 서울시도 이 부분을 신경 쓰는 것 같다”며 “집값이 조금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정기라고 봐야 한다. 규제를 풀더라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엄청나게 집값이 엄청나게 뛰고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들 지역에 재건축 단지들이 많은데 경기가 좋지 않아 현 상태로는 규제를 풀어도 사업이 진행되기 어렵다. 시장에 좋은 흐름으로 읽힐 수 있으나 시기적으로 해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이들 지역에서 전세물량이 나오게 되면 아무래도 전셋값은 조금 안정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내 집 마련하는 데 구청장 허가를 받아서 사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산권 행사가 불편하니 주민들은 싫어하고, 대신 서울시에선 강력한 개발호재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이 높기 때문에 집값 안정을 꾀해야 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있을 것 같다”며 “가격 안정까지는 아니겠지만 규제가 풀리면 전세물량을 좀 더 늘릴 계기는 될 수 있다. 다만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살 수 있게 되니까 어느 정도 추가 수요는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하나, 강남 3구라는 상징성과 규제를 해제했을 때의 역풍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며 “앞서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지역을 재지정한 만큼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쉽게 풀어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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