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MVP] 은퇴 위기에서 다시 꿈꾸는 400홈런, 박병호 "제 야구 인생 마지막 목표입니다"
윤승재 2024. 6. 10. 06:05
타율 1할까지 추락한 홈런왕 출신이 팀에 방출을 요구했다. 은퇴를 불사한 이적 요청, 우여곡절 끝에 트레이드된 새 팀에서 그는 3할 타율을 기록하고 홈런 3방을 쏘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런 드라마가 또 있을까. 박병호(38·삼성 라이온즈)가 5월 마지막주 주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박병호는 5월 다섯째 주 5경기에서 타율 0.389(18타수 7안타) 3홈런 8타점 장타율 0.889, 출루율 0.476를 기록했다. 주간 홈런 공동 2위, 주간 장타율 3위. 박병호의 맹타와 함께 삼성은 4연승을 달렸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5월 마지막 주 주간 최우수선수(MVP)로 박병호를 선정했다. 그는 "이적하자마자 좋은 상을 받게 돼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병호는 지난주 KT 위즈에 방출을 요구했다. 4월부터 출전 기회가 줄어들면서 팀에 이적 의사를 내비쳤고, 5월이 돼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방출(웨이버 공시) 이야기를 꺼냈다. 방출 후 다른 팀의 영입 제안이 없으면 은퇴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다.
KT는 박병호를 삼성에 보내는 트레이드를 했다. '좌타 거포' 오재일과 팀을 맞바꿨다. 우타 거포가 필요했던 삼성이 박병호를 원했다. 하지만 38세의 적지 않은 나이, 부진한 페이스를 고려했을 때 그의 드라마틱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박병호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적 첫 경기인 지난달 29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두 타석 만에 아치를 그리더니 1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까지 홈런 세 방을 때려냈다. 2일 한화전에선 결승 적시타로 '약속의 8회'를 만들어냈다. 우타자 부족으로 좌완 투수에게 유독 약했던 삼성은 박병호 영입으로 고민을 해결했다.
박병호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간절함이 통한 걸까.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었는데 운이 좋았다. 빠르게 새 팀에 적응할 수 있는 좋은 원동력이 됐다"라고 한 주를 돌아봤다. 그는 "구단이나 코칭스태프들이 부담 없이 경기를 뛸 수 있게 많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편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병호의 홈런 시계도 다시 돌기 시작했다. 이적 전까지 KBO리그 통산 383홈런을 때려냈던 박병호는 닷새 사이 3개를 추가하며 400홈런 고지를 향한 시동을 다시 걸었다.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홈런 1개를 추가한 박병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쏘아 올린 12개의 홈런까지 합해 '한·미 통산 400홈런'까지 1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는 "한·미 통산 기록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라면서도 "KBO리그 400홈런 기록은 각별하다"라고 전했다. KBO리그 42년 역사에서 최정(471개) 이승엽(467개) 두 명밖에 작성하지 못한 대기록이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내 야구인생 마지막 목표가 KBO리그 400홈런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박병호는 "383개에서 끝내면 너무 아쉽지 않나. (은퇴한다면) 그 열몇 개가 계속 머리에서 남을 것 같았다"라며 "나중에 은퇴를 하더라도 통산 홈런 앞자리는 '4'로 바꾸고 싶다"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박병호에겐 개인 기록보단 팀 성적이 우선이다. 홈런을 많이 기록하다보면 팀 성적도 자연스레 좋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는 "구단이 내게 어떤 걸(장타) 요구하는지 잘 안다. (타자친화적인) 구단 환경도 고려했을 거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박병호에게 "후배 선수들을 잘 이끌어달라"고 부탁했다. 박병호에겐 익숙한 일이다. 히어로즈 및 KT 시절에도 이정후·강백호 등 젊은 선수들이 그를 잘 따랐다. 그는 "최근 김영웅을 눈여겨 보고 있다. 이재현, 김지찬, 김현준 등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이들이 성장을 위해 기꺼이 도와주겠다"라고 말했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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