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여러분, 여기는 서울”…6년 만의 대북방송 내용은

권남영 2024. 6. 10.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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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뉴스와 삼성전자 소식, 날씨 등 전해
김여정 “삐라·확성기 도발 병행시 새로운 대응 목격할 것” 위협
합동참모본부는 대북 방송을 즉각 시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전방 지역에서 실제 훈련을 최근 실시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과거 기동형 확성기 차량 및 장비의 운용을 점검하는 훈련 모습. 합참 제공, 연합뉴스


북한의 연이은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우리 정부가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가운데 그 내용에 이목이 쏠렸다.

9일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우리 군이 제작하는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고출력 확성기로 재송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 4시55분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서는 FM 103.1, 강원도 춘천에서는 FM 107.3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온 뒤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실과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자유의 방송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 멘트와 함께 방송이 시작됐다.

아나운서는 첫 번째 소식으로 “대통령실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재가했다”면서 “정부가 해당 결정을 북한에 통보하면 합의 효력은 즉시 정지된다”고 전했다. 이어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회담에서 채택한 9월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 합의로 대한민국과 북한 간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이와 관련해 국방부 정책실장의 육성 발표 내용을 들려주기도 했다. 국방부 정책실장은 “우리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를 결정했다”고 발언을 이어가면서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이유를 강조했다.

두 번째 소식으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 정기 이사회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끊이지 않는 미사일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력히 규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3국은 지난 4일 오스트리아 빈 국제센터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 정기 이사회 공동 발언에서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해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 가능성에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 접경 지역에 기존 대북 방송 확성기가 있었던 군사 시설물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세 번째 소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능형 손전화기(휴대폰)가 전 세계 38개 국가에서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방송은 “지난 3일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조사 대상인 74개 국가 가운데 38개국 지능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 대비 10개국 증가한 수치”라며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홍보했다.

네 번째 소식은 ‘외부 영상물 시청 및 유포에 관한 단속과 검열이 돌연 강화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북한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대한민국의 북한 전문 매체가 보도한 내용을 전했다.

30분가량의 보도 광장 뉴스 코너가 끝난 뒤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보내드리는 자유의 소리 방송입니다”라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애국가가 끝난 뒤에는 북한의 다음 주 지역별 날씨가 소개됐는데, 개성과 함경북도 등의 지역별 아침 최저 기온과 낮 최고 기온이 자세히 설명됐다.

날씨에 이어 ‘북한 장마당 물가 동향’이 소개됐다. 북한에서 거래되는 미국 돈, 중국 돈, 쌀, 옥수수, 휘발유, 디젤유 거래 가격까지 자세히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 지역마다 물가 동향 틀릴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는 멘트를 달기도 했다.

1부 보도 광장이 끝나고 5시45분부터는 2부로 ‘서울말과 평양말의 차이’를 해설하는 방송이 이어졌는데 중간중간 가수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를 틀어주기도 했다.

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 9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서 북한군 병사들이 작업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 및 철수되기 전까지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 24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었고 이동식 장비도 16대가 있었다. FM 전파만 보내면 라디오가 있어야 청취가 가능하나 확성기로 보내면 야간에 약 24㎞, 주간에는 약 10여㎞ 떨어진 북측의 개성시에서도 라디오 없이 방송 내용을 들을 수 있다.

한편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의 대응 행동은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며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확성기 방송 도발을 재개한다는 적반하장격의 행태를 공식화하는 것으로 새로운 위기 환경을 계속 조성했다”면서 “서울이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다만 ‘새로운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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