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진 이재명 사법리스크…野, 특검∙개헌 공세로 방탄하나 [view]

김기정, 김정재, 김하나 2024. 6.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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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과 관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수면 아래 잠복해있던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됐다. 기존 사법리스크가 총선 이전 야당 대표로 체포동의안과 구속여부 등이 쟁점이었다면, 이제 시동이 걸린 사법리스크 2라운드는 총선 압승 이후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릴만큼 차기 유력 주자가 된 이 대표의 처벌 여부가 대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향후 정국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당장 이 대표를 향할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 대표 역시 이를 물리치기 위해 검사 탄핵과 대통령 임기 단축 등 초강수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을 3년 앞둔 정치권이 그야말로 ‘시계 제로’다.

총선 참패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여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선봉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섰다. 그는 9일 SNS에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 실형도 아니고 집행유예만 확정돼도 대통령직이 상실된다. 선거 다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전날 “자기 범죄로 재판받던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경우, 그 형사재판이 중단되는 걸까”라로 쓴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 대표가 ‘제3자 뇌물죄’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재 지지율 1위인 이 대표가 설사 대선에서 이겨 대통령이 돼도 문제가 덮어질 수 없다고 꼬집은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8일 “이 대표의 침묵은 금이 아니라 비겁”이라고 지적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범죄자가 정당 대표가 되고 대선후보가 되는 부끄러운 정치는 끝장내자”고 하는 등 여권 유력 주자도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를 강탈하려는 이유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덮어보겠다는 ‘철통 방탄’이 목적”(조지연 원내대변인)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우리 국회와 대한민국의 리스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이라며 연일 총공세 중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 선임안 제출 직후 열린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야권은 숨고르기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9일까지 사흘째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도 판결 당일인 7일 오후 “2심 재판에선 쌍방울 대북송금과 검찰 조작수사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길 기대하겠다”(황정아 대변인)는 논평 이후 주말 새 공식 대응을 삼갔다. 이해식 대변인은 9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판결에서 이 대표의 공모나 지시 여부와 관련해 특별한 내용이 없었던 만큼 당에서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다시 정국의 한복판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1심 법원은 이 부지사에게 징역형을 내리면서 쌍방울 대북송금액을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사례금으로 판단했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도 진행 중이다. 비명계 인사는 “그간 문제가 돼온 대장동ㆍ백현동ㆍ성남FC 등은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이번 대북송금 사건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사법부가 사실상 인증한 셈”이라며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친명계가 장악한 민주당 내부는 끓고 있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수사에 대해 “술자리 회유와 겁박으로 사건 관계자의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은 입법을 통해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은 판결 전인 지난 3일 이미 ‘대북송금 관련 검찰조작 특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사건에 관여한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사법부 압박도 병행할 방침이다. 판사 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8일 페이스북에 “이런 재판은 30년 법조 생활 동안 듣도 보도 못했다”며 “사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법관이나 검사가 사건 당사자를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들면 처벌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법 왜곡죄 신설)을 발의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민주당은 윤 대통령 부부 등 정권 핵심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는 맞불 전략을 펼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달 31일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디올백 수수 의혹 등을 수사할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 가능성을 겨냥한 채상병 특검법도 재발의 됐다.

일각에선 정국 혼란 장기화를 막기 위해 사법부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화영 사건도 기소에서 1심 판결까지 무려 20개월이 걸리지 않았나”라며 “시간을 끌면 정국 혼란만 이어질 뿐이다. 사법방해를 뚫고 사법부가 서둘러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정·김정재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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