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의 '착한 반항', 꽃감독 지시 어기고 3루타..."KIA는 언제든 올라갈 수 있어" [잠실 인터뷰]

김지수 기자 2024. 6. 1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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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캡틴 나성범. 6월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팀의 2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사진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KIA 타이거즈 캡틴이자 간판타자 나성범이 침묵을 깼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팀을 연패의 수렁에서 구해냈다.

나성범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팀 간 12차전에 3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출전,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KIA의 8-2 대승을 견인했다.

나성범은 첫 타석부터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1회초 무사 1·2루 찬스에서 두산 선발투수 최준호를 상대로 2타점 3루타를 쳐내며 KIA에 2-0 리드를 안겼다.

나성범은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최준호의 6구째 135km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몸쪽 낮은 코스로 잘 들어온 공이었지만 그대로 잡아당겨 두산 1루수 양석환의 옆을 빠르게 꿰뚫는 타구를 날려 보냈다. 

나성범은 두산 우익수 헨리 라모스가 타구를 쫓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 점을 파악한 뒤 3루까지 내달리는 재치 있는 베이스 러닝까지 선보였다. 1사 후 이우성의 안타 때 홈 플레이트를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KIA 타이거즈 캡틴 나성범. 6월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팀의 2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사진 김한준 기자

나성범의 활약은 계속됐다. KIA가 3-0으로 앞선 2회초 1사 2루에서 깨끗한 중전 안타로 2루 주자 김도영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KIA는 나성범이 경기 초반 기록한 3타점을 바탕으로 쉽게 게임을 풀어갈 수 있었다.

나성범은 경기 종료 후 공식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1회초 첫 타석 2루타는 타구 코스가 좋았다. 우익수가 타구를 천천히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고 3루까지 충분히 뛸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사실 부상 복귀 후 (이범호) 감독님께서 내게 '3루타는 절대 없다'라고 하셨다. 제가 햄스트링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오늘은 상대 수비 움직임을 보면서 '기회다!' 싶어 뛰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타구가 라인 선상으로 빠지는 순간 처음에는 2루까지만 뛰려고 했다. 전력으로 달리지도 않고 80% 정도 힘만 썼다"며 "내 주력치고는 천천히 뛰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성범은 지난 3월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는 불운을 겪었다. 지난 4월 28일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컸다.

KIA 타이거즈 캡틴 나성범. 6월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팀의 2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사진 김한준 기자

나성범은 다행히 지난 6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광주 홈 경기에서 2루타를 쳐내면서 특유의 장타 본능이 깨어났다. 이튿날 잠실에서 멀티 히트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나성범은 지난 8일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면서 KIA의 8-9 역전패 속에 아쉬움이 컸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고 타이밍이 맞지 않아 실투를 놓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나성범은 "잘 맞은 타구가 파울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결과가 좋게 연결돼야 하는 타구가 잡히면서 조금 소심해 지기도 했다"며 "타격이 좋을 때는 내 존에 들어온 공은 그냥 배트를 돌리고 홈런, 안타가 나오는 데 최근에는 잘 안 맞다 보니 공을 더 보려다가 쫓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전날 경기를 마친 뒤 좋았을 때 영상을 보면서 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만큼 야구가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선수라면 누구나 안 좋은 시기를 겪는다. 오늘은 그래도 좋은 타이밍에 안타가 나왔기 때문에 다음주부터 좋은 결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IA 타이거즈 캡틴 나성범. 6월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팀의 2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사진 김한준 기자

KIA는 최근 10경기 4승 6패로 주춤하면서 선두 자리를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에 내줬다. 0.5경기 차로 격차가 크지는 않지만 개막 후 줄곧 지켜왔던 1위에서 내려온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나성범은 일단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특별히 한 얘기는 없다. 항상 똑같이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라면서도 "우리는 언제든지 (1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지금도 조금 힘들지만 앞으로가 더 힘들 거다. 날씨도 더워지고 체력이 떨어질 시기가 오기 때문에 7, 8월이 순위 싸움이 제일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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