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가마우지와 인간의 불화

전석운 2024. 6. 1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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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는 물고기 사냥 실력이 매우 뛰어난 새다.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에 끈을 묶어 잠수시켰다.

인간과 오랫동안 교류한 가마우지는 예술작품에 곧잘 등장한다.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가마우지는 양식장 어민들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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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운 논설위원


가마우지는 물고기 사냥 실력이 매우 뛰어난 새다. 수심 20m 깊이까지 잠수하며 어른 팔뚝만한 물고기도 쉽게 삼킨다. 고대 중국과 일본의 어부들은 가마우지 낚시법을 개발했다.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에 끈을 묶어 잠수시켰다. 일본 기후시는 1300여년 전통의 가마우지 낚시법을 재현해 관광 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마우지 박물관도 있다.

인간과 오랫동안 교류한 가마우지는 예술작품에 곧잘 등장한다. 17세기 조선 중기 화가 창강 조속(1595~1668)은 가마우지를 그린 작품을 남겼다. 고려대 박물관은 이 작품을 분실한 사실이 드러나 올 초 문을 닫았다. 1920년대 신해혁명 직후 중국의 오지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페인티드 베일’에서 가마우지는 여주인공 키티의 헛된 욕망과 오버랩된다. 이상아의 소설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는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갔으나 외부인으로 취급받으며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재일 교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산 수입품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라고 비유하는 일본인도 있었다. 한국이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이득은 일본에 돌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반도에서 가마우지가 사람들과 불화를 일으킨 건 2000년대 들어서다. 이전까지 철새였던 가마우지가 전국 하천과 주변 서식지를 점령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불어나자 갈등이 시작됐다.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가마우지는 양식장 어민들을 괴롭혔다. 상수원보호구역 내 작은 섬들은 가마우지의 집단서식지로 몸살을 앓았다. 가마우지가 둥지를 튼 나무들은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배설물로 뒤덮여 죽어갔다. 급기야 환경부는 지난해 7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고, 이후 가마우지를 사냥하기 위해 엽사들까지 고용한 지자체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가마우지 개체 수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기후변화로 텃새가 된 가마우지와 인간의 공존은 불가능할까.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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