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이재명의 레드팀

김영선 2024. 6. 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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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정치부 차장

원조 친명 두 의원의 뜻밖의
불편한 얘기들… 이 대표가
귀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지난해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도부 내 ‘레드팀’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게 공개된 적이 있었다. 2030 청년세대를 겨냥한 현수막의 문구가 청년 비하 논란에 휩싸이면서 해당 논란에 대한 경위를 보고받고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언급했다.

이 대표는 자칫 4·10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현수막 게재 계획을 곧바로 취소하는 등 청년층을 과녁으로 공들여 준비했던 ‘갤럭시 프로젝트’ 자체의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끝내 재개되지 못했지만, 민주당은 청년 비하 논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때의 일화가 문득 생각나는 건 최근 이 대표를 둘러싸고 ‘레드팀’이란 단어가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드팀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명단이 뜻밖이다. 소위 원조 친명(친이재명)으로 불리는 정성호·김영진 의원이다.

정 의원은 명실상부 ‘친명계 좌장’이다. 총선 국면에서 성희롱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현근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컷오프하라고 이 대표에게 조언했고 현 전 부원장은 곧바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중앙대 출신으로 이 대표와 동문이면서 친명 핵심 그룹인 ‘7인회’ 출신이다.

그간 정치권에서 레드팀이라 하면 대체로 싫은 소리를 할 수 있는 다른 계파 인사들로 꾸려졌다. 현 지도부에서 유일한 비명(비이재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선출 당시 레드팀 역할을 할지 관심을 받았고 지금은 당을 나갔지만 조응천 전 의원도 민주당의 공식적인 레드팀이었다. 그래서 원조 친명들이 레드팀이라 불리는 건 다소 생소하다. 이 대표가 잘되길 바라며 이 대표 옆을 지켜온 사람들인데 되레 이 대표가 가장 불편할 만한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 중인 당원권 강화와 당헌 개정에서 반기를 들었다.

정 의원은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당내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자는 안에 대해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라며 “국회의장도 국회의원 전체가 뽑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 사퇴 시기에 예외를 허용하는 쪽으로 추진되던 당헌 개정에 반대했다. 정 의원의 발언을 두고는 국회의장 경선에 대한 뒤끝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정 의원의 경선 중도 포기가 이 대표 의중에 따른 것이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 사이가 멀어졌다는 설이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후보 교통정리’만 안 했으면 정 의원이 강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과 비슷한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빗발치는 걸 보면 꼭 뒤끝이라고만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간 해왔던 ‘쓴소리’의 역할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김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향해 “설탕만 먹다가 이빨 다 썩을 수 있다”고까지 말하며 충언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 연임을 위한 당헌 개정에 반대 뜻을 밝히면서 이들의 진심이 전달된 듯했다. 그러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이 대표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이 일부 인정된 게 화근이었을까. 이 대표는 결국 당대표 연임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10일 최고위에서 당대표 사퇴 시한과 관련해 ‘상당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예외 조항을 의결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대표가 대선 1년 전 사퇴할 필요 없이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는 건 변함없어 눈 가리고 아웅이다. 레드팀의 기원인 가톨릭 교황청의 ‘악마의 변호인’은 성인 추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치밀하게 해 추대되는 성인 수가 급격히 줄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가톨릭교회와 교황청의 권위를 높이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가 민주당을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탄이나 대권 발판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길 아직도 바란다. 지금의 레드팀은 이 대표가 옳은 길을 갈 수 있도록 호위해온 ‘원조 찐명’들이라는 점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영선 정치부 차장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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