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물 풍선에 확성기 재개…우발 충돌은 관리해야

2024. 6. 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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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8-9일 세번째 오물 풍선을 살포함에 따라 정부는 대응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서부전선 오두산전망대에 설치했던 확성기. [연합뉴스]


북의 3차 살포에 NSC 8년 만에 확성기 방송 결정


만일의 사태 철저 대비하되 긴장완화책도 고민을


북한이 세 번째로 오물 풍선을 대량 살포함에 따라 정부가 8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재개와 우리 측의 맞대응으로 남북 긴장은 한층 고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북한의 기습적인 국지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접경지 주민의 안전 확보 등 상황 관리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어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지난 8~9일 오물 풍선 330여 개를 남쪽으로 살포해 우리 지역에 80여 개가 낙하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지난 6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경기도 포천에서 애드벌룬 10개를 이용해 대북 전단 20만 장과 함께 트로트 음악 등을 저장한 USB 등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달 10일에도 전단 30만 장과 K팝 USB 등을 보냈다. 민간단체 행동을 트집 잡아 군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오물 풍선을 살포한 북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제사회가 비판할 정도로 저급한 도발이다. 10㎏이 넘는 오물 풍선이 낙하하면서 차량이 파손되는 피해까지 초래한 북한의 도발은 우리 국민에겐 불쾌감과 불안감을 주고 있다.

결국 정부는 어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에서 대북 확성기 설치와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앞선 북한의 두 차례 오물 풍선 살포 이후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면서 정부가 언급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 장비를 철거한 지 6년여 만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대칭 전력’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북한은 2015년 8월 대북 확성기가 설치된 경기도 연천의 28사단 인근 야산에 포격을 가했고, 우리 군이 대응 포격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확성기 방송이 시작되면 북한은 군사분계선(MDL)이나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기습적인 국지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3차 오물 살포에 따라 우리 육·해·공 전 부대가 휴일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 1일 북한의 2차 오물 풍선 살포가 예상된 시점에 최전방 1사단장이 부하들과 음주 회식을 했던 사실이 드러나 직무 배제되는 일이 있었다. 이런 기강해이가 반복돼선 안 된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부터 15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순방한다. 군통수권자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안보엔 한 치의 빈틈이 없어야 한다. 북한 도발에 적절한 대응은 불가피하지만, 우발적 무력 충돌로 확대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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