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분도 실리도 찾을 수 없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2024. 6. 1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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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휴진, 의대 증원 영향 없고 환자만 고통


의협 회장 또 막말…국민 시선만 싸늘해질 뿐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전면 휴진하고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어제 투쟁 선포문을 통해 “총궐기대회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투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휴진이 대한민국 의료를 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드물다. 이미 내년 의대 정원은 확정됐다. 수험생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는 수정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의료개혁 TF를 구성해 개혁안을 마련 중인데, 의사들은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를 외면한 채 거리로 나오겠다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찾을 수 없는 행동이다.

오는 17일부터 전체 휴진하겠다고 발표한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도 동의하기 힘들다. 정부는 이미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고 행정처분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혹시 다시 징계에 나설 수도 있으니 처분 중단이 아니라 취소하라는 것이 교수들의 주장이다. 눈곱만큼의 불이익도 참을 수 없다며 모든 법 집행을 자기들 중심으로 하자는 것은 지독한 이기주의일 뿐이다. 제자들은 그토록 아끼면서 극심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의 처지는 나 몰라라 하는 행동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나.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예고에 서울대 교수회는 어제 입장문을 통해 “개혁은 국민과 사회의 지지를 받고, 국가를 경영하는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며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집단 휴진은 재고해 주길 부탁한다”고 만류했다. 그동안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비판적이었던 동료 교수들조차 우려하는 행동을 꼭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임현택 의협 회장의 언행은 갈수록 가관이다. 이미 숱한 막말을 쏟아낸 임 회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 여자 제정신이냐”고 썼다. 또 “판사와 가족이 병원에 오면 의사 양심이 아니라 심평원 규정에 맞게 진료하라”고 선동했다. 그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더 의아한 것은 의사 집단 내부에서 이런 막말에 대해 자성이나 비판의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두 임 회장과 같은 생각인지, 아니면 그의 뒤에 숨어 이득만 취하겠다는 심산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의사들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거듭할수록 국민의 시선은 더 차가워질 뿐이다. 그간 실책을 거듭했던 정부에 대한 비판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내년 이후의 의대 정원 문제와 의료개혁 역시 일방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무작정 집단행동에 나서기에 앞서 어떤 것이 현명하고 사명감 있는 행동인지 숙고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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