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세계와 연결을 회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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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태국 북부 지역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 한 달간 머물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 지역 출신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태국 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그의 영화 속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시각과 청각의 새로운 배치를 통해 세계의 연결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연출된 그의 영화에는 아마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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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태국 북부 지역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 한 달간 머물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 지역 출신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태국 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그의 영화 속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우기가 한창인 이곳은 초록이 번성해 열대우림이 꿈의 일부 같은 장면들을 보여준다. 자전거를 타고 숲길을 달릴 때면 겹겹이 자란 나뭇잎들이 푸른 하늘과 두꺼운 구름을 가리며 나의 머리 위를 지나치는데, 그 사이로 쏟아지는 빛들이 너무나 찬란해서 죽기 전에도 떠오를 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피찻퐁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자주 떠올리는 작품 가운데 하나는 ‘라 푼타(La Punta)’라는 제목의 단편이다. 상영 시간 2분가량의 짧은 이 영상은 차의 앞좌석에서 찍은 듯한 비 오는 창밖 장면이 전부인데 내내 빗소리와 비슷한 질감의 물소리가 함께 들려온다. 이는 페루 리마 해변의 파도 소리로, 감독은 이 영화에서 태국의 비 오는 장면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페루의 파도 소리를 혼합했다. 구성 방식을 알고 나면 단순해 보이는 짧은 영상에 담겨 있는 깊이와 아름다움에 매우 놀라게 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하나의 시공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태국 북부 지방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돌, 나무와 같은 자연의 존재들에게 신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을 가져 왔다. 시각과 청각의 새로운 배치를 통해 세계의 연결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연출된 그의 영화에는 아마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세계와의 연결을 어떻게 재편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요즘 나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현대의 많은 문제는 세계와 인간 사이의 연결이 끊어진 이후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그러한 앎을 수행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지나고 싶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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