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기후변화 담론의 불편한 진실

2024. 6. 1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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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

탄소배출 감축 노력에 집중
생물 다양성 보존은 후순위로

기후위기 ‘적응’ 노력도
상대적으로 소홀… 온실가스
감축보다 돈 안되기 때문?

기후변화 대응, 위기 적응
種 다양성 보존과 같이 가야

매년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됐다. 이날을 기념해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지구 정상 회의에 참석한 172개국 대표단과 114개국 정상들은 글로벌 환경운동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차별적 공동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y)’ 원칙에 따라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위한 ‘기후변화협약(UNFCCC)’과 생태계 파괴와 지구 생물종 멸종을 막기 위한 ‘생물다양성협약(CBD)’을 채택한 것이다.

냉전 당시 핵전쟁의 공포 이상으로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을 가한다. 오늘날 기후변화 담론의 핵심은 인류 활동의 부산물인 탄소 배출의 감축이다. 그 담론 형성에 크게 이바지한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 개봉된 것도 2006년 6월이다.

해설가로 단독 출연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지구온난화의 재앙적 영향에 대한 경종을 울린 노력을 인정받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와 함께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불편한 진실이 시작되었다.

첫째, 세계 환경 공동 대응의 두 축인 기후변화협약과 생물다양성협약 사이의 균형이 전자로 크게 기울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이 그간 국제사회의 노력 대부분을 빨아들인 것에 비해 그 성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반면에 생물종 다양성은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가축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정작 야생동물 수는 급감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20세기 동안 연평균 1종의 조류가 멸종했고 현재 약 100만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기후변화도 문제지만 삼림 벌채, 도시화, 대기·수질 오염, 플라스틱 오염, 농수산업 확대 등으로 인한 인위적인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과잉 어획이 주요 원인이다.

역설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은 생물다양성 파괴에 면죄부를 줬다.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한 산림 파괴, 풍력발전을 위한 육지와 바다 위의 난개발을 생각해 보라.

둘째, 온실가스 감축에 정책 노력이 쏠리면서 기후변화협약의 또 다른 어젠다인 적응(adaptation) 노력은 뒷전으로 밀렸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이런 부조화가 심각하다. 기후변화 대응 관련 최상위 법인 ‘탄소중립기본법’의 방점은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성장에 찍혀 있다. 이 법에 따라 운영되는 기후대응기금도 탄소 감축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치중한다.

이 법 제6장이 기후위기 적응 시책을 10개 조항에 걸쳐 규정하고 있지만, 홍수와 가뭄 피해 예방 정도에만 관심이 있다. 작년 이맘때 정부가 수립한 ‘제3차 국가기후위기적응 강화대책(2023~2025)’도 마찬가지다. 적응 노력과 관련해선 알맹이가 없다.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보다 ‘사업=돈’ 기회가 적어서인지 적응 정책에는 민관 모두 큰 관심이 없다.

셋째, 기후변화 담론의 가장 큰 불편한 진실은 인구 폭발에 있다. 2000년 전 2억명, 100년 전 20억명으로 추정되는 세계 인구는 지난해 80억명을 돌파했다. 최근 인구증가율이 1% 이내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매년 7300만명씩 증가해 2050년이면 100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2000년간 인구 증가 그래프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영화에서 보여준 바로 그 이산화탄소 농도 그래프의 패턴과 일치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구 증가를 멈출 수 없다면 온실가스 배출 증가도 극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전 우주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여러 행성을 돌아다니며 생명체의 절반을 절멸시키려는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악당 타노스처럼 인위적으로 인구 균형을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년 제54차 세계 환경의 날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우리가 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1997년에 이어 두 번째다.

내년 행사의 대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도 결국 ‘온실가스 감축-기후변화 적응-생물다양성 보전’ 간 불균형 회복 문제는 물론 인구 폭발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2025년이 국제 환경운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해가 되길 바란다.

구민교(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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