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다음은 기업 차례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6월 4~5일 서울에서 ‘함께 만드는 미래: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번 정상회의는 윤석열 정부가 개최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이며, 우리가 아프리카와 개최한 최초의 다자 정상회의다.
이번 회의에 아프리카연합 회원국 55개국 중 쿠데타 등으로 제재를 받는 나라를 제외한 48개국이 우리의 초청에 응했다. 25개국에서 국가원수가 직접 참석했고, 정상급 대표를 포함하면 33개국에 이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한한 국가원수 25명 전원과 양자회담을 했다. 다른 아프리카 대상 대규모 정상회의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관계를 다지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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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국가들과 첫 다자 정상회의
현대차 등 우리 기업 활발한 활동
인구·자원 등 무한한 가능성 주목
」
왜 아프리카인가? 오랜 기간 원조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아프리카는 최근 변화 가능성과 그 경제적 잠재력으로 인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는 14억 인구 중 60%가 25세 이하다. 전기차 배터리 필수 원료인 코발트의 52%를 비롯해 세계 광물 자원의 30%가 사하라 이남 지역에 묻혀있다. 2021년에 출범한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지대(AfCFTA)로 아프리카는 GDP 3조4000억 달러의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아프리카 54개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의 4분의 1이상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사우스’ 그룹의 핵심이 되고 있다. 2000년 EU와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인도 등이 아프리카와 경쟁적으로 ‘1+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이유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협력의 틀을 다졌다. 특히, 핵심광물협력 MOU 2건,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E) 6건, 인프라·모빌리티 협력 MOU 3건, 의료·보건협력 MOU 등이 체결됐다. 신재생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협력, 벼 종자 생산단지 구축 무상원조약정 등에 대한 12건의 조약·협정도 이뤄졌다.
한·아프리카 정상들은 협력 사업의 초석으로 2030년까지 대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규모를 100억 달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이 지역 국가들과의 무역 및 투자 촉진을 위해 2030년까지 약 140억 달러 규모의 수출금융을 한국 기업들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에 아프리카 정상들이 관심을 많이 가진 부분은 정상회의와 더불어 개최된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이었다. 이번 비즈니스 서밋은 한·아프리카 주요 정부·경제계 인사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산업발전, 무역 증진, 인프라 개선, 농업 생산성 향상, 기후변화 대응 등 아프리카 측 관심 의제에 대해 발표와 토의가 이루어진 대규모 경제인 행사였다. 이 행사에는 무사 파키 마하맷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원장, 웸켈레 케베츠웨 메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 사무총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우리 기업인들과 경제단체장들도 참석했다.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그간 우리 기업이 아프리카 진출에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 대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사업을 펼치고 있고, 많은 중소기업도 아프리카의 잠재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프리카 현지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이 중요한데, 그 점에서 우리 기업의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그룹은 아프리카 연구로 유명한 영국 SOAS와 공동으로 아프리카와 장기적 협력 방안도 모색하고 있고, 아프리카 내 필요한 지역에 인프라와 성장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자립을 돕는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도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은 흥행하고 막을 내렸다. 이제는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경제 영토를 넓히고, 이번 정상회의의 3대 의제인 동반성장과 지속가능성, 연대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할 차례다.
우리는 아프리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아프리카는 경제발전에 필요한 우리 기업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기업의 미래를 위한 기회 창출은 물론, 우리가 아프리카와 함께 가는 길을 열어가는 데에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매우 의미 있는 마중물이 되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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