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카트만두 계곡의 도시 왕국, 박타푸르
중세기의 네팔은 티베트와 인도를 잇는 중계 무역이 활발해 부유한 도시들이 번성했던 상업 국가였다. 산이 험준하고 계곡이 깊은 지리적 특성으로 곳곳에 말라(왕)가 다스리는 작은 독립왕국이 할거했다. 많을 때는 24개국까지 이르렀고 중심지인 카트만두 계곡에도 칸티푸르, 랄리푸르, 박타푸르 삼국이 정립했다.
현재 행정구역은 각각 카트만두, 파탄, 박타푸르로 연접한 수도권을 이루며, 한때는 박타푸르가 가장 번성해 네와르(네팔) 연맹의 수도로 역할을 했다. 박타푸르는 3~5층의 고층 주거 1만2000여 채가 밀집한 도시국가였고, 좁은 골목으로 연결된 여러 곳의 광장들이 상업과 도시 생활의 근거지를 이룬다. 특히 왕궁 앞 더르바르 광장은 정치적 종교적 중심이다. 다른 도시도 유사한 구성이어서 카트만두와 파탄의 더르바르 광장도 박타푸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네팔의 종교는 인도의 힌두교와 티베트의 불교, 그리고 토착 신앙이 혼합된 포용적 종교다. 박타푸르 더르바르 광장에는 33개소의 사원과 신전들이 밀집되어 있다. 파시데칼 사원은 인도풍의 벽돌 탑 모양이고, 냐타폴라 사원은 5층 목탑 모양의 네와르 양식이다. ‘55개의 창문’으로 유명한 궁전은 99개의 중정을 가진 거대한 규모였으나 현재는 15개만 남아 박물관으로 쓰인다. 건물들의 목조 테라스와 지붕틀에 조각된 공예작품들은 네와르 예술의 결정체다. 궁전과 신전, 공공시설이 혼재되고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된 더르바르 광장은 네팔의 문화적 역사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도시 전역에 공용 샘인 ‘히티’ 104곳과 인공 못 50개소를 만들어 급수시스템을 완비했고, 휴게소인 ‘팔까’를 360여 개소나 만들어 시민 복지에도 힘썼다. 2~3층의 만다파들은 전망대와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는 공공시설이다. 비록 가난과 지진으로 황폐해지고 있으나 박타푸르를 비롯한 네팔의 도시와 건축은 좁고 고립된 계곡 안에서 빛나는 도시 유산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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