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의 마켓 나우] 통화긴축은 왜 물가·금리를 낮추지 못할까
높은 물가와 금리가 경기에 부담을 주며,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 참가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2년 3월부터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등 강력한 긴축적 통화정책을 실행했지만, 아직 물가는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3%대 초중반이다. 금리 역시 2년 만기 국채 기준 4% 후반의 높은 수준이다.
주요국들의 적극적인 긴축 정책은 왜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을까? 경제현상이 복잡하게 꼬여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땐 기본으로 돌아가 교과서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통화 공급이 감소할 경우, 물가가 신축적인 ‘장기’에서는 화폐수량설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피셔효과로 명목이자율이 낮아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물가가 경직적인 ‘단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케인스의 유동성선호 이론에 따르면 긴축적 금융정책이 단기적으로 화폐의 실질잔고를 감소시키고 명목이자율을 상승시킨다.
이러한 이론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반 미국의 경험과 일치한다. 1979년 2차 오일쇼크를 맞아 미국 소비자 물가는 11.3%까지 치솟았다. 1979년 8월 취임한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인플레를 낮추려고 긴축 통화정책을 발표하자 2년 만기 재무성증권의 명목이자율은 10월 11% 수준에서 1980년 3월 15%로, 1981년 하반기에는 다시 17%대로 올랐다. 그러나 긴축 정책 결과로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서 1983년에는 9%대, 1986년 하반기에는 6% 수준까지 내려갔다.
일반적으로 통화 긴축을 하면 고전학파의 화폐수량설과 피셔효과에 입각해 물가와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지만 정책 효과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종합적으로 보려면 피셔효과와 유동성선호 이론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긴축적 금융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명목이자율을 낮추지만, 단기적으로는 명목이자율을 올리기 때문이다.
현시점에 미국 물가·금리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 현상은, 코로나 당시 보조금과 고용 호조로 수요가 넘치는 데다 재정 완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설명된다. 여기에 더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물가가 단기적으로 신축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계약 효과 등으로 물가가 단기적으론 어느 정도 경직성을 띤다는 사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긴축 정책으로 전환한 지 2년 3개월 지났지만, 물가가 신축적으로 조정되기에 충분한 기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보화·디지털화의 급속 발전으로 물가가 신축성을 띠는 ‘장기’의 기간이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단축될 수 있겠지만,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은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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