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똘똘한 한채’로 매수세 몰린다
꿈틀대는 강남권 집값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서울 강남권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 등 부동산 세제 완화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강남 집값만 더 오르는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59㎡(공급 24평)는 지난달 9일 30억6000만원(26층)에 거래되며 해당 면적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거래 가격은 3.3㎡(평)당 1억275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입주 초기 28억4000만원(22층)에 거래됐던 것이 9개월 만에 2억원 이상 올랐다.
재건축을 앞둔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 121㎡는 지난 4월 17일 그 전에 기록한 최고가(31억5000만원, 2020년 11월)보다 16억1500만원 뛴 47억6500만원(11층)에 손바뀜한 데 이어 지난달 1일 48억원(6층)에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4월 9일 33억원(25층)을 넘어서 지난달 30일 34억3500만원(33층)에 거래됐고, 이 단지 전용 114㎡ 역시 48억7000만원(17층)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서초구 등의 주요 단지는 이미 집값이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말~2022년 초 가격을 거의 회복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평균 25억8135만원으로, 전고점을 찍은 2021년(26억949만원)의 99%를 회복했다. 서초구는 27억7147만원으로 이전 최고평균가격(2022년, 28억3111만원)의 98%까지 회복됐다. 반면 노원구(87%)·강북구(87%)·관악구(86%)·도봉구(85%) 등은 상대적으로 가격 회복이 느리다.
매매가격지수도 급등세를 보인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조사(3일 기준)에 따르면 서초·송파구(0.14%)·용산구(0.13%)·강남구(0.12%) 등은 서울 평균 상승률(0.09%)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셋값 상승,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가능성 등이 맞물리며 강남권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부세 폐지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에서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폐지’를 거론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임대차2법 등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종부세는 부동산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징벌적 과세 형태라 세금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종부세 개편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다음 달 내놓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종부세 폐지는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물론, 서울 내에서도 입지에 따른 가격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의 지난달 집값 양극화 지수는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박상우 장관은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공사 원가 상승으로 분양가가 높은 데다 내년 하반기부터 3기 신도시 공급이 이뤄져 집값의 추세적 상승 전환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써는 종부세 폐지보다는 수정·보완 가능성이 높다”며 “주택 거래 활성화 같은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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