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가 방송여부, 북에 달려”…북한 또 풍선살포 맞대응
정부가 9일 북한의 3차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예고한 대로 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하면서도 동시에 신중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초래할 수 있는 한반도 긴장 국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나선 이유는 이번 오물풍선 살포로 실제 재물 손괴 등 우리 국민의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밤 대량의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날려보낸 것을 시작으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미사일 카드를 번갈아 꺼내들면서 전형적인 ‘하이브리드전 예행연습’ 양상을 보였다.
특히 오물풍선과 GPS 교란은 미사일 시험발사 같은 통상적인 군사 도발과는 달리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도발이라는 점에서 엄중한 사안이라는 인식이 정부 안팎에서 있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을 방조할 경우 다음엔 무엇을 넣어 보낼지 모른다”며 “북한이 이미 정부가 정한 기준선을 넘어섰고, 행동으로 악순환을 끊을 시점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이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례성 원칙’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에 대북 확성기 방송의 재개 방침을 결정하면서 단계적이고 세부적인 시행 지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이는 향후 북한의 반응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것으로, 일종의 ‘살라미 전술’인 셈이다.
실제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확성기 방송을 2시간 동안 진행했지만, 추가 방송 여부는 북한의 대응에 달렸다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을 경우 지속적으로 확성기를 틀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고정형 확성기를 설치만 한 뒤 방송 송출은 하지 않은 적도 있다. 공을 다시 북한에 넘기면서 국면 전환의 여지를 남기려는 의도로 읽힌다.
남북관계 상황이 과거 확성기 방송 재개 당시와는 달라졌다는 점도 이 같은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시작된 한반도 위기는 북한의 확성기를 향한 포격으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까지 치닫다 대화가 재개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유감 표명과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선포한 상황에서 북한이 과거와 같은 ‘타협’ 또는 ‘봉합’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해상 국경선은 무력행사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이어 재차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를 언급한 만큼 후속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북한은 강온 전략을 반복하는 대남전술을 썼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적대적 교전국인 남한과) 타협하기보다는 더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전면 차단된 상황에서 북한에 영향을 미칠 사실상 유일무이한 카드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계속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날 확성기 방송 재개 발표 이후 한밤중에 오물풍선을 또다시 살포함에 따라 향후 정부의 대응 수위에 관심이 모아진다.
군 관계자는 “확성기는 우리 군이 보유한 심리전 수단 가운데 가장 강력한 비대칭 전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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