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대회 4연패…박민지, KLPGA 역사됐다
박민지(26)가 단일 대회 4연패를 이뤄내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역사를 새로 썼다. ‘선구자’ 고(故) 구옥희도, 시대를 풍미한 ‘여왕’ 박세리도 이뤄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박민지는 9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골프장에서 열린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정상을 밟았다. 지난 2021년 이후 이 대회 4년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2억1600만원이지만 주최사 셀트리온이 “박민지가 우승할 경우 특별 포상금 3억원을 추가하겠다”고 공약한 터라 이번 대회에서만 5억16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4연패 확정과 함께 눈물을 터뜨린 박민지는 “2억1600만원은 기부하겠다”고 했다.
지난 1978년 출범한 KLPGA 투어 역사상 단일 대회 4연패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옥희와 박세리, 강수연, 김해림과 함께 3연패를 달성했던 박민지가 이번 대회에서 새 기록을 썼다. 올 시즌 마수걸이 우승을 신고한 박민지는 갓 데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더불어 통산 19승을 달성하며 20승 고지까지 단 한 걸음 만을 남겨뒀다.
박민지는 지난 2017년 4월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처음 정상을 밟았다. 데뷔 후 두 번째로 출전한 대회를 제패하며 수퍼 루키의 탄생을 알렸다. 신인왕은 입단 동기 장은수에게 내줬지만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20년까지 매년 1승씩 추가했고, 2021년에는 한꺼번에 6승을 휩쓸며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박민지는 2022년에도 6승을 더해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2승을 보탰다. 그러나 지난해 막바지 3차 신경통(얼굴 한쪽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앓기 시작하며 올 시즌 초반까지 고전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박민지는 절치부심했다. 직전 US여자오픈 출전도 포기한 채 대회 4연패에 모든 신경을 쏟은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1라운드부터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를 쳐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2라운드에서도 보기 없이 버디 3개만 잡아 2타차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마지막 날엔 살짝 흔들렸다. 전반 내내 단 하나의 버디도 잡아내지 못 했다. 오히려 10번 홀(파4)에서 스리 퍼트 보기가 나와 전예성과 이제영에게 10언더파 공동 선두를 내줬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곧장 반등했다. 이어진 파3 11번 홀에서 7번 아이언 티샷이 그린 경사를 타고 컵 1.2m 옆으로 붙었다. 바운스 백 버디. 이어 14번 홀(파5)에서 7m짜리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승기를 잡은 박민지는 다음 3개 홀을 안정적으로 파로 마친 뒤 사실상 우승이 확정된 파5 18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4연패를 자축했다. 3타 뒤진 10언더파의 최예림, 이제영, 전예성이 공동으로 준우승했다.
박민지는 “한 주가 정말 길었다. 부담감이 커 새벽 6시만 되면 잠에서 깼다”면서 “10번 홀 보기 직후 ‘이제 바닥을 쳤으니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위기를 잘 이겨내고 우승으로 마무리해 기쁘다”며 웃었다. 이어 “4연패는 나 혼자만의 성과가 아닌 만큼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 많은 대회를 소화하지 못할 것 같아 ‘다른 선수에게 가도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의리를 지켜준 캐디 오빠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다.
한편 경남 양산시 에이원 골프장에서 끝난 KPGA 선수권대회에선 전가람이 17언더파 267타로 정상을 밟았다. 통산 3승째로 우승 상금은 3억2000만원이다.
■ 박민지
「 생년월일 1998년 9월10일
신장 1m60㎝
출신교 보영여고-고려대
프로 데뷔 2017년
통산 우승 19회
2017년 1승, 2018년 1승, 2019년 1승, 2020년 1승,
2021년 6승, 2022년 6승, 2023년 2승, 2024년 1승
」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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