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인간의 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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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머니는 평소 폐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에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폐암검사를 위해 조직검사를 했다.
김 할머니는 결국 식물인간이 되어 연명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가족은 더 이상의 연명치료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병원 측에 김 할머니가 품위를 지키며 돌아가실 수 있도록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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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머니는 평소 폐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에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폐암검사를 위해 조직검사를 했다. 그런데 조직검사 도중 과다출혈이 발생하여 뇌까지 영향을 미쳤다. 김 할머니는 결국 식물인간이 되어 연명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가족은 더 이상의 연명치료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병원 측에 김 할머니가 품위를 지키며 돌아가실 수 있도록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가족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 없었다. 당시 연명치료 중단은 불법이었다.
이에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김 할머니의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대법원은 “회복이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추구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라며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김 할머니에 대한 연명치료는 중단되었고, 김 할머니는 약 201일 동안 의학적으로 생존하다가 돌아가셨다.
이 사건이 단초가 되어 2018년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다. 이제 본인이 사전에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 놓았거나, 본인이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이 합의하면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되었다.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소극적 안락사’가 허용된 셈이지만, 여전히 환자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다.
세계적으로는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추세다. 이미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과 호주의 일부 주들에서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2002년 세계 처음으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선 환자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고, 치료의 가망이 없으며, 죽고 싶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히는 등 6가지 기준이 충족될 경우 적극적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 존엄하게 죽을 인간의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63세의 이모 씨는 5년 전 피부과에서 알레르기 치료를 위한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갑자기 고열이 나고 뇌 속을 면도날로 베어내는 듯한 두통으로 사경을 헤매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하반신은 마비되었다. 극심한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현재 원인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척수염’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그는 ‘적극적 안락사’를 입법하지 않는 상태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유사한 사건에 대해 2017년과 2018년에 모두 ‘각하’결정을 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정식으로 심판하겠다는 의미로 ‘심판회부’를 결정했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안락사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권리인가, 아니면 신의 권리인가. 이제 결정할 때가 되었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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