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SK그룹 지배구조는 어디로?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4. 6.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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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체제를 가동 중인 SK그룹이 난리가 났습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000억원 넘는 금액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죠. 최태원 회장 이혼 소송 결과가 그룹 지배구조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시나리오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SK그룹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져버렸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같은 우려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닙니다. 2015년 12월 최태원 회장의 ‘이혼 촉구 편지’가 공개됐을 때부터 이 같은 가능성이 거론됐죠.

2심 재판부는 최 회장 재산 약 4조원 중 35%를 노 관장 기여 몫으로 판단했습니다. 최 회장 재산 중 2조2000억원가량이 SK㈜ 주식입니다. 지난 1분기 기준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7%. 원래 지분율 23.4%에서 17.7%로 낮아졌죠(SK그룹 지배구조는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SK㈜ 지분을 기반으로 SK㈜가 SK텔레콤(30.6%), SK이노베이션(36.2%), SK스퀘어(30.5%), SKC(40.6%) 등을 지배하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최 회장이 SK㈜ 지분 23.4%를 보유하게 된 때는 2015년 7월입니다. SK㈜와 SK C&C라는 회사가 합병하면서 취득했죠. 두 회사가 합병할 당시 최 회장의 SK㈜ 지분은 0.02%에 불과했습니다. SK C&C 지분은 37.4%를 보유했고요. 결국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대부분 SK C&C 지분에서 파생됐다 할 수 있습니다(재미있게도 당시 합병비율은 SK C&C 대 SK㈜ 1 대 0.74였는데,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SK C&C 주주에 비해 SK㈜ 주주들의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합병비율”이라며 합병에 반대 의견을 냈었죠).

SK C&C는 1991년 4월 설립된 회사입니다. 설립 당시 이름은 선경텔레콤. 1992년 상호를 대한텔레콤으로 바꿨고, 1998년 다시 SK C&C로 변경했죠. 그리고 2015년 SK C&C는 SK㈜와 합병합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SK C&C가 설립되기 3년 전인 1988년 결혼했습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이 최 회장이 결혼 전 홀로 상속이나 증여받은 재산이 아니라, 두 사람이 결혼한 후 형성된 재산이라는 논리가 성립된 배경입니다. 게다가 최 회장에게는 혼인 파탄 책임도 있으니, 노 관장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이미 10년 전에도 파다했습니다.

그래서 SK그룹 지배구조는 어떻게 될까요? SK그룹 측은 상고심에서 다시 한 번 치열하게 다퉈볼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준비하면서, 리스크를 좀 더 줄이기 위해 온갖 논리를 동원할 테죠.

또 그런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SK그룹 지배구조 리스크보다 더 씁쓸한 지점은 300억원 비자금이 1조4000억원으로 부풀려진 사실입니다.

부정하게 재산을 형성해 감옥도 가고 추징금도 추징당하고 명예쯤이야 땅에 버린들, 그게 뭐 대수겠습니까. 내 자식이 천문학적인 부를 누릴 수만 있다면 그쯤이야 뭐~

[김소연 부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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