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버크롬비의 주가 폭등…이유 있었다 [최순화의 마케팅 ‘와우’]

2024. 6.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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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S&P500 기업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이라면 대부분 엔비디아나 메타 같은 IT 기업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주가 상승률 1위는 다름 아닌 패션 브랜드 애버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다. 애버크롬비앤피치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285%로 엔비디아 234%, 메타플랫폼스 194%를 앞질렀다. 2023년 매출은 42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5.76% 상승했고 수년 내 5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버크롬비는 1992년 마이크 제프리스(Mike Jeffries)가 CEO로 취임하면서 클래식한 프레피룩에 섹시한 이미지를 조화시킨 전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광고를 비롯해 매장 벽면의 사진, 쇼핑백 포장은 근육질 남성과 날씬한 여성 모델로 뒤덮여 있었다. 매장에서는 잡지에 나올 법한 멋진 남성 직원들이 상의를 벗고 여성 고객과 사진을 찍는 이벤트를 종종 벌이기도 했다. 도발적인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애버크롬비는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10대의 아이콘 브랜드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노골적인 외모지상주의, 인종차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마이크 제프리스는 공개석상에서 쿨하지 않고 뚱뚱한 고객은 상대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매장 직원은 외모가 뛰어난 백인만 고용하는 원칙, 아시안을 비하하는 그림을 사용한 티셔츠 등 비난거리가 이어졌다. 해고당한 직원, 성적으로 착취를 당한 모델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공분을 샀고 불매 시위와 패러디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판매 실적까지 부진해지자 궤변을 일삼던 마이크 제프리스는 2014년 말 사퇴한다.

2017년 지금의 CEO 프랜 호로위츠가 경영을 맡은 후 애버크롬비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핵심적인 변화는 주 고객을 10대에서 20대로 변경한 것.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찾아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20대의 균형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한다고 타깃을 바꿨다. 이렇다 보니 핵심 상품이 티셔츠, 미니스커트에서 오피스 슈트, 파티 드레스로 바뀌었다. 디자인도 단순한 실루엣과 화이트, 블랙, 그레이, 브라운 색상을 주로 활용한다. 여기에 건강 관리를 중시하는 젊은 층의 성향을 고려해 ‘Your Personal Best(YPB)’라는 운동복 라인으로 구색을 갖췄다.

큰 사이즈 옷은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도 버리고 다양한 신체 유형을 포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2019년 선보인 청바지 라인 ‘커브 러브(Curve Love)’는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곡선 디자인을 적용해 선택을 어려워하던 여성 고민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이즈도 23~37인치까지 다양하게 제작해 중년 여성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근육질과 날씬한 모델로 화려하게 어필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인종, 다양한 체형의 모델을 등장시키고 고객이 먼저 발견하고 찾아오는 조용한 마케팅을 추구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옷을 입어본 경험이나 느낌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도록 하는 식이다.

자신들만의 원칙과 배타적인 전략에 집착했던 애버크롬비앤피치는 과거를 지우는 데 집중했고,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

시대 흐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대가를 치르고 쇄신한 결과다. 애버크롬비 사례는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공했던 전략을 무조건 고수하기보다 시대 흐름을 관찰하고 선제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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