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피해자 측 "동의 없이 올린 영상, 당장 삭제해달라"
최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통화 녹취와 판결문을 공개한 유튜버가 '사적 제재' 논란에 휩싸였다. "동의 없이 올렸다"는 피해자 측 주장이 나온 것이다.
9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온라인상에 올라온 '밀양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꼭 읽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됐다.
피해자의 여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피해자는 현재 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지적장애가 있다. 당시 아픔을 겪었던 피해자의 여동생으로서 피해자와 의논하고 이 글을 적는다"며 입을 열었다.
A씨는 지난 8일 한 유튜버가 피해자와 통화 녹취를 공개한 데 대해 "언니가 7개월 전 유튜버에게 전화해 피해 사실을 밝히고 판결문을 공개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유튜버는 당시 본인의 휴대폰 자동 녹음 기능으로 녹취한 내용을 동의 없이 이제야 올렸다"고 지적했다.
또 "유튜버의 영상을 본 제가 언니에게 상황을 묻자 거의 기억이 나지 않고 영상통화로 본인인증을 한 것, 힘들다고 한 것, 일부만 기억난다고 했다"며 "유튜버는 피해자가 직접 요청 시 영상을 삭제해준다고 했지만, 여러 차례 요청에도 삭제해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튜버는 본인도 일이 있지 않냐며 전화를 미루더니, 뒤늦게 걸려 온 통화에서는 '섭섭하다'며 본인이 의령 경찰서에서 1인 시위한 것, 국밥집 찾아간 것으로 고소당한 것 등을 언급해 부담을 줬다"고 했다.
A씨는 또 판결문을 공개한 것에 대해 "원하지 않았고, 정보로도 쓰지 말라고 했다. 유튜버 본인도 안 그러겠다고 했는데 올렸다"며 "당장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당시 판단력도 없는 상태에서 지금은 기억도 없는 유튜버의 영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며 "유튜버는 이 일에서 모든 언급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유튜브 채널 '판슥'은 8일 "어제 휴대전화를 다 뒤져서 제보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살폈는데 이 피해자분이 당사자라는 걸 그때 우리에게 직접 인증해 줬다"며 피해자와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또 해당 사건 관련 판결문도 공개해 관심이 쏠렸다. 해당 영상은 공개된 지 이틀 만에 6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유튜버의 사적 제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해당 사건의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는 피해자 측 동의를 구했다고 밝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피해자 측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상태였다. 논란이 일자 나락 보관소는 7일 "피해자분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어 밀양 관련 영상을 전부 내린다"고 밝혔지만, 이후 8일 신상이 담긴 새로운 영상을 올렸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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