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도 美 판매 늘린 현대차…수소전지 사업에도 가속도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미국 내 역대 최대 전기차 판매를 기록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전지를 앞세워 친환경차 시장 우위에 도전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서 분산 수행하던 수소전지 개발 업무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 2월 현대모비스와 수소연료전지 사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현대모비스로부터 관련 사업을 넘겨받는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9일 밝혔다. 수소전지 관련 역량과 자원을 한데 모아 제품 개발과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4만8838대(점유율 11.2%)를 팔아 역대 같은 기간 대비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기간 미국 시장 내 점유율도 역대 최고다. 특히 지난해 말 출시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이 7766대 팔리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 1위 테슬라와의 점유율 격차는 2020년 73.2%포인트에서 올해 5월 기준 40.5%포인트로 줄었다.
반면 수소차 판매 실적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현대차의 수소차 판매량은 69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044대)보다 66.2% 줄었다. 이 기간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3743→2382대)이 감소한 영향이 크지만, 일본·중국 자동차 업체들보다 감소 폭이 더 크다. 지난해 1분기 54.6%였던 현대차의 수소차 시장점유율은 올해 1분기 29%로 줄어, 토요타(36.4%)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이마 등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모두 합쳐 34.5%에 달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수소 상용차 시장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기술 경쟁력을 높여 승용차·상용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수소차 ‘넥쏘’의 후속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2018년 출시 이후 7년 만의 후속 모델 출시다. 특히 도시 외곽에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상용차 시장을 중심으로 수소 전기트럭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열린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에서 신형 ‘엑시언트 수소 전기 트럭’을 공개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미래 시장을 보고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BMW는 첫 수소 전기차 ‘iX5 하이드로젠’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내년에 미국에서 수소 트럭 ‘램 HD 5500’을 출시할 예정이다. 혼다는 올해 미국에서 SUV 수소차 ‘CR-V e:FCEV’를 공개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 수소연료전지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게차·트램·항만·선박 등이 모두 수소에너지 적용 대상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사명감을 가지고 수소 사업에 임하고 있다”며 “수소 생태계 리더십 확보를 위해 그룹사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수소 사업 기반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시장은 생산·유통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2030년 이후 급속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30년을 기점으로 수소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해 2050년에는 1년 중 78일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수소로 충당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딜로이트 역시 2022년 1600억 달러(약 220조9600억원)이던 수소 시장이 2050년 1조4080억 달러(약 1944조4480억원)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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