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8일 전면 휴진, 총궐기"…정부 "생명담보 불법행동 유감"

남수현, 정수경 2024. 6. 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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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전면휴진과 함께 총궐기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7일 전면휴진을 예고한 상황에서 의협이 바로 다음날 단체행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내놓은 셈이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작금의 의료농단을 전 의료계의 비상사태로 선포하며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며 “그 시작으로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통해 전국 14만 의사 회원은 물론 의대생, 학부모, 전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투쟁선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이 이날 공개한 전체 회원 대상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회원의 과반수가 의협이 계획한 휴진 등의 단체행동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의협이 지난 4~7일 진행한 투표에는 유권자 11만1861명 가운데 7만800명이 참여해 63.3%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자 중 개원의 참여율이 35.3%(2만4969명)로 가장 높았고, 이어 봉직의 33.9%(2만4028명), 교수 13.6%(9645명), 전공의 8.2%(5835명) 순이었다.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는가’라는 첫 번째 질문에는 90.6%가 찬성했고, ‘휴진을 포함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느냐’는 두 번째 질문에는 73.5%가 찬성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그동안 의협이 회원 대상으로 실시했던 모든 투표 중에 압도적으로 많은 회원이 참여했다”며 “전 직역에 걸쳐 모두 골고루 투표했다. 결코 소수 의사들의 의견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원들이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이 총파업을 결의했던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실제 집단휴진 파급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지난 2020년 의사 집단행동 당시 개원의들의 휴진 참여율은 10%에 못 미쳤다. 개원의들의 경우 자영업자 성격이 강해 하루이틀 휴진이 바로 수익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의대 교수들도 동참한다는 게 파급력을 높일만한 변수로 꼽힌다. 이미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대 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비대위의 집단휴진 결의에 대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비대위는 이날 김 병원장을 향한 메시지를 통해 재차 휴진 강행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는 “정부는 여전히 우리 제자들(전공의)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지금 침묵한다면 정부는 국민의 자유 의지를 억압하는 데에 더욱 거리낌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과 전국의대교수비대위(전의비)도 이날 대표자대회에 참석해 의협 중심의 단체행동에 힘을 실었다.

의협은 일단 18일 하루 집단휴진한 이후, 향후 행동 방침을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변인은 “18일 이후 19·20일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정부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단체행동을 멈추기 위한 요구 조건에 대해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2025학년도 증원 절차를 당장 중단하고 취소하면, 저희가 이후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해서 발표하겠다”면서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기 위해 했던 많은 위법적 (행정) 명령들도 당연히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정부와 의대 증원 문제로 심각하게 갈등을 빚어온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부터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날 지방의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의사들의 집단행동 예고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계와 환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사회적 신뢰가 몇몇 분들의 강경한 주장으로 한순간에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여전히 일부 의료계 인사들과 의사단체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추가적인 불법 집단행동을 거론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행동은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상흔을 남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의사 중에서도 침묵하는 다수는 불법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으실 줄로 안다”며 “지금도 절대 다수 의사 선생님은 환자 곁을 지키며, 조용히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 선생님도 적지 않다. 국민과 환자는 이분들의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어떤 불안도 없게 하겠다. 행정처분을 포함해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분명하게 약속드린다”며 전공의들을 향해 복귀를 거듭 호소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사협회가 파업을 선언했다”면서 “국민 건강은 내팽개치고 집단 이익만 추구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사가 생명을 살리는 사명감을 버리고 집단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집단 휴진과 파업으로 국민을 죽이는 길을 택한 만큼 이 불법 행동에 동참하는 의사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면서 “의사 집단 이기주의에 국민과 정부가 굴복하는 일을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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