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도 결국 ‘문과침공’?… “내신 고득점 많은 이과생이 더 유리”
2025학년도부터 인원이 대폭 확대되는 ‘무전공(전공자율선택제)’ 입시에서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강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난 3년 간 대학 모집단위별 합격 점수를 분석한 결과 자연계열 입학생의 점수가 인문계열보다 꾸준히 높아서다. 무전공은 학생들이 입학 후 학점에 관계없이 학과·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지역별로도 학교별로도 자연계 합격선이 높아
9일 종로학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포털 ‘어디가’ 등에 공개된 주요 대학 2022~2024학년도 합격자 내신 성적(상위 70%)을 분석해보니 자연계의 합격선이 인문계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내신 성적을 주로 보는 학생부교과 전형의 경우 2022학년도 서울권 35개 대학의 내신 합격선은 인문계가 2.45등급, 자연계가 2.22등급이었다. 경인권 7곳(인문 3.79등급, 자연 3.49등급)과 지방권 109곳(인문 4.74등급, 자연 4.55등급)도 자연계 합격선이 더 높았다. 이듬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서울권은 인문계가 2.34등급으로 2.15등급인 자연계보다 낮았다. 경인권(인문 3.66등급, 자연 3.45등급), 지방권(인문 4.66등급, 자연 4.47)도 마찬가지였다.
비교과 전공을 반영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도 자연계의 합격선이 더 높았다. 2022학년도 서울권 27개 대학은 인문계가 3.11등급인 반면 자연계는 2.76등급이었다. 경인권 21곳(인문 4.13등급, 자연 3.82등급), 지방권 69곳(인문 4.75등급, 자연 4.65등급)의 합격자 내신 컷도 비슷했다. 2023학년도에는 서울권(인문 3.00등급, 자연 2.64등급), 경인권(인문 4.26등급, 자연 3.88등급), 지방권(인문 4.83등급, 자연 4.72등급) 모두 자연계가 우세했다.
학교별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24학년도 기준 고려대는 학생부종합 전형 내신 컷이 인문은 2.66등급, 자연은 2.02등급으로 0.64등급 차이가 났다. 경희대는 인문 2.8등급, 자연 2.37등급이었고 한양대는 인문 2.97등급, 자연 2.63등급이었다. 임 대표는 “수능뿐만 아니라 내신이 높은 학생들이 자연계열로 쏠려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원자도, 합격자도 이과생이 많을 듯”
이과생의 내신 강세 현상은 향후 문과생과 이과생이 함께 경쟁하는 무전공 입시에서도 계속될 수 있다. 무전공은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1’과 계열이나 학부 등 광역 단위로 입학해 전공을 택하는 ‘유형2’로 나뉜다. 유형1의 경우 문·이과 장벽 없이 모든 수험생이 지원 가능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생보다 이과생이 내신 고득점자가 많고 수능 표준점수도 높아 ‘유형1’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학년도 무전공 유형1의 모집인원은 1만4844명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11.2%를 차지한다. 고려대(131명), 성균관대(280명), 한양대(250명), 서강대(157명), 건국대(308명)가 올해부터 무전공 유형1을 신설했고, 서울대(124명→160명)와 경희대(72명→406명) 등도 전년 대비 선발 규모를 더 확대했다.
이 때문에 무전공 도입 당시부터 우려된 전공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대표는 “지원자와 합격생 모두 이과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공 선택 시점에는 이과 선호 현상이 매우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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