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총파업” vs “대화 계속”…출구 없는 의정 갈등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오는 17일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집단 진료 휴진에 나서겠다고 밝혀 의료현장 혼란이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가 집단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는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17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진료를 중단한다. 이어 18일엔 의협이 전국 의사가 참여하는 총파업을 진행한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2020년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반대 파업에 이은 4번째 집단행동이다.
의협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투표엔 총 유권자 11만1861명 중 7만800명(63.3%)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정부 의료농단을 저지하기 위해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6만4139명(90.6%)이 지지했다. 또 ‘휴진 포함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는가’라는 물음에 5만2015명(73.5%)이 찬성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의사대표자회의 종료 직후 브리핑을 열어 “6월18일 전체 휴진이 이뤄지며 같은 날 총궐기대회도 개최한다”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포함해 현재 치료받고 있는 환자에 대한 대비를 할 것이다. 19일, 20일까지 총파업이 지속될지 여부는 정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휴진의 목적은 정부의 의료 정책 중단이다. 정부의 입장 변화가 보이면 대규모 집단 휴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의사를 악마화하고 잘못된 정책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재차 비판하며 의료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변인은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고, 근거 없이 정부가 맹신하는 2000명 의대 증원을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며 “보상은 적고, 사법 위험이 큰 진료과의 의사 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의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대정부 요구사항으로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최 대변인은 “올해 1500명을 증원하고 내년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공의가 돌아가지 않아 수련병원이 멈추고, 의대생들이 모두 유급된다. 이 정책을 아무런 근거 없이 추진한 위정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도 정부가 전공의에게 내린 행정처분 절차를 완전히 취소하지 않으면 오는 17일부터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가 무기한 전체 휴진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이날 의사대표자회의에 참석한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2기 위원장은 “환자를 생각하지 않는 집단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이고, 의료 붕괴를 막으려는 쪽이 의사들”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에는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들이 속해 있다.
개원의에 이어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의협 총파업에 동참할 경우 의료현장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7일 총회를 열고 “의협,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뜻을 함께한다”며 “의협의 집단행동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가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브리핑을 주재하고 “교수들이 휴진을 하거나 환자 곁을 떠나는 일들에 대해선 아직 예상하고 있지 않다”며 “남은 기간 동안 교수, 전공의들과 시간, 장소, 주제를 막론하고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집단 휴진은 절대 용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휴진이 최종 결정되고 시행되기 전까지 의료계를 적극 설득하고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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