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풍선 맞대응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남북 긴장감 고조(종합2보)
오물 풍선 재살포에 맞대응 성격
北 도발 가능성…"대비 태세 철저"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재개에 대응해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9일 오전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회의를 열어 이날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고하고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에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남한의 대북 전단 배포를 이유로 지난달 28∼29일과 이달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우리 군이 식별한 것만 1000여개에 달한다. 풍선에는 담배꽁초, 폐지, 비닐 등 오물과 쓰레기가 담겼다.
이후 북한은 살포를 잠시 중단했지만 지난 6~7일 국내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띄우며 대응하자 다시 오물 풍선 살포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330여개의 오물 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됐다. 현재까지 우리 지역에 낙하된 것은 80여개다.
정부는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하자 지난 4일 국무회의와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했다.
남북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9·19 군사합의가 정지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접경지 인근 군 훈련 등에 대한 제약이 모두 풀린 상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위력적인 심리전 수단으로 꼽힌다. 고정식 확성기의 경우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 약 24㎞, 주간에 10여㎞ 떨어진 곳까지 소리가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성기에서 나오는 노래와 날씨 정보, 뉴스 등은 접경 지역 북한군에게 심리적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에 고정식 24대, 이동식 16대가 있다. 고정식은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에 따라 창고에 보관 중이었고, 이동식은 인근 부대에 주차돼 있었지만 현재는 재가동할 준비를 마쳤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의 최근 도발 행위에 대해 "비열한 방식"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거다. 철통같은 대비 태세를 유지하며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도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NSC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살포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회의에는 장호진 실장, 정진석 비서실장,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태효 NSC 사무처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 등이 참석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도 높아질 전망이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대화 때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강하게 요구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서부전선에서 포격 도발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배경에 대해 "북한이 명백하게 대한민국 사회를 혼란시키고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는 이상 정부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오물 풍선에 담긴 내용물이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선 "가능성은 늘 존재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 우리 정부, 군 모두가 아주 철저하게 대비 태세를 갖추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간, 내용, 빈도 등을 두고는 "자세한 내용을 북한이 다 알게끔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북한의 추가 도발 시 대북 확성기 방송 수위가 올라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규모나 방송 횟수, 빈도 등 여러 가지 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전략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할 때 북한으로서는 훨씬 더 공포감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까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오물 풍선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에 대한 보상 방안에 대해선 "관련 부처에서 지금 (논의) 하고 있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 공모 혐의로 지난 7일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선 "법원 판결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다만 "남북한의 평화에 대해서 한 말씀을 드리자면 평화라는 것은 돈으로 구걸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힘을 통해서 쟁취하는 것이라는 게 인류 역사에 반복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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