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 “노인과 아이가 함께 웃는 게 좋은 예능 아닐까”
“장인, 장모님이 여든이 넘으셨는데 저희 11살, 5살 아이와 ‘지구마불 세계여행’(지구마불)을 보면서 같이 웃고 계시더라고요. 70년을 뛰어넘은 웃음 공통점이 발견되는 프로그램이라면 좋은 프로그램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ENA 사옥에서 만난 김태호 PD는 좋은 예능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SNS, 유튜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등장 이후 특정 시청층만 겨냥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전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김태호 PD의 말처럼 ‘지구마불’은 요즘 흔치 않은 ‘전 세대가 보는’ 프로그램이 된 듯하다. 김태호 PD는 “가끔 마트나 백화점을 가면 먼저 어머니들이 알아보시고, 초등학생도 알아봐서 ‘지구마불’이 많이 사랑받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지구마불’은 MBC에서 장수 예능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를 성공시킨 김태호 PD가 독립해 차린 제작사 테오에서 실험적으로 선보인 여행 예능이다. 네모난 보드에 펼쳐진 32개의 나라 중 어떤 나라로 떠날 것인지는 오로지 주사위 2개가 보여주는 숫자가 결정한다. 예측 불가, 무계획 세계여행 콘셉트의 ‘지구마불’ 시즌2는 지난 8일 전 시즌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지구마불’은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 원지, 곽튜브가 주사위가 가리키는 나라들로 여행을 떠나고, 이때 촬영한 콘텐츠들에 조회수 등으로 승점을 매겨 누적 1등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많은 여행 콘텐츠가 온라인상에 범람하는 가운데 ‘지구마불’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태호 PD는 “요즘은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데 인력이 워낙 많이 들다 보니 제가 20년 전에 카메라 한두 대로 촬영하던 생생함과 터프함이 그립더라. 그런데 크리에이터 세 분은 그렇게 촬영하는 듯해서, 어떻게 촬영하는지 한번 배워보고 싶어 만난 자리에서 ‘지구마불’ 시즌1이 탄생하게 됐다”며 “코로나가 저희의 삶에 큰 영향을 줄 때에 비하면 여행 콘텐츠의 영향력이 약간 떨어졌지만, 앞으로도 여행과 음식은 계속 인기가 많을 콘텐츠라고 봤다. 저희는 거기서 차별성을 두기 위해 게임 요소를 넣었다”고 밝혔다.
세 크리에이터가 단독으로 여행을 다니며 콘텐츠를 촬영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파트너를 도입해 볼거리를 좀 더 다채롭게 만들었다. 크리에이터들의 외로움을 더는 동시에, 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한 시도였다. 곽튜브와 함께 현장을 다녔던 김훈범 PD는 “시즌1 때는 순위도, 콘텐츠의 질도 신경 써야 하는 것에 (크리에이터들의 신경이) 집중돼있었다면, 이번엔 여행을 오롯이 즐기면서 촬영하지 않았나 싶다”며 “빠니보틀은 이번 여행이 너무 즐거웠고, 재밌는 동생들(파트너)과 함께 해서 더 좋았다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파트너가 추가된 이번 시즌은 파트너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생기기도 했다. 김태호, 김훈범 PD는 곽튜브와 함께 한 god 박준형의 포르투갈 나자레 여행기를 명장면으로 꼽았다. 박준형은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나자레의 파도를 보며 힘들었던 유년 시절을 회상했고, 눈물을 보였다. 김훈범 PD는 “카메라 감독도 저도 다 울면서 그 장면을 촬영했었다”며 “나자레에 그날 파도가 없는 걸 알고 갔던지라 어떤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박준형이) 본인의 서사를 감동스럽게 얘기해주셔서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지구마불’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덕에 시즌3 계획도 열려있다. 김태호 PD는 “제가 지금껏 해온 콘텐츠는 처음부터 큰 칭찬을 받았던 건 아니고,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며 하나씩 개선해나갔다. 그런 경험을 비춰 봤을 때 ‘지구마불’도 더 재밌는 콘텐츠로 발전해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후배 PD들과 함께,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이걸 확장할 수 있을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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