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중·러 핵위협 변화 없다면 핵무기 배치 늘려야 할 수도”...한반도 인근 핵자산 배치 늘어나나
미국 백악관 당국자가 북한ㆍ중국ㆍ러시아 등 적대국의 증대되는 핵 위협에 맞서 자국민과 동맹국 보호를 위해 더 많은 핵무기를 배치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억제력 강화를 위한 핵전력 태세 조정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이는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의 확장억제 강화 논의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한반도 주변 핵자산 배치의 증강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비통제ㆍ군축ㆍ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군비통제협회(ACA) 연례 회의에서 “러시아ㆍ중국ㆍ북한이 빠른 속도로 핵무기를 확장하고 다양화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란과 함께 평화ㆍ안정에 역행하고 미국과 동맹국ㆍ파트너를 위협하며 지역 긴장을 악화하는 방식으로 점점 더 협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진화하는 핵확산 위험과 급격한 기술 변화로 전략ㆍ솔루션에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에 우리는 보다 경쟁력 있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새로운 핵 시대의 현실을 반영해 개정된 ‘핵무기 운용 지침’(nuclear weapons employment guidance)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해당 지침은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에 따른 것으로, 관련 법에 의해 정부는 연말까지 의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향후 미국이 배치 핵무기의 숫자를 늘릴지 여부나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 증강 노력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의 핵전력 구조를 다시 설정할 것인지 여부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워싱턴 조야에서 나온다. 북·중·러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지침인 만큼 한반도 주변 핵전력 배치나 전개 등도 이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디 보좌관은 “경쟁국들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그들의 핵무기 숫자 총합에 맞추거나 더 앞서기 위해 우리의 핵전력을 증강할 필요는 없지만 러시아ㆍ중국ㆍ북한이 현재의 궤도를 바꾸지 않는 한 미국은 향후 억제력과 목표 달성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의 태세와 능력을 계속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조치의 사례로 B83 중력탄을 대체할 B61-13 중력탄 개발과 특정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의 수명 연장을 거론하며 “우리는 ‘더 많은’ 접근 방식이 아닌 ‘더 나은’ 접근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바디 보좌관은 그러면서도 “분명히 말하지만 적의 무기 궤도에 변화가 없다면 향후 몇 년 내에 현재 배치된 (핵무기) 숫자의 증가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할 수 있다”며 “우리는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시행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날이 온다면 그것은 적대국들을 저지하고 미 국민과 동맹ㆍ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결심으로 귀결될 것”이라고도 했다.
바디 보좌관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글로벌 비확산 체제 유지에 큰 기여를 해 왔다면서 “우리는 확장억제가 계속해서 핵 비확산에 기여하도록 동맹 체계를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러시아ㆍ중국ㆍ북한의 핵ㆍ재래식 위협이 계속 증가하면서 미국이 제공하는 보장의 신뢰성을 우려할 수 있다”며 “한ㆍ미 워싱턴 선언은 동등한 파트너로서 동맹국과 함께 핵 시나리오에 접근하려는 노력의 한 예”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선언에 따라 출범한 한·미 간 NCG는 미국의 핵 기획 및 운용 과정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제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국은 올 상반기 중 관련 가이드라인도 만들기로 했는데,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NCG 회의에서 관련 진전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최근 미 의회에선 한반도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잇따라 나왔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워커 의원은 지난달 말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식 핵무기 공유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도 최근 “핵무기의 동아시아 복귀 옵션 모색을 금기시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동아시아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이 지역에 재배치하기 위한 옵션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에서 “적국의 핵무기 운용 궤도에 계속 변화가 없을 경우”를 전제로 핵무기 숫자를 늘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국제 안보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이로 인한 정책 조정 필요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바디 보좌관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전략적 군비 통제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2026년 2월 종료되는 뉴스타트(미국과 러시아 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이후 이를 대체할 새 협정이 나오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고, 북한에 대해서는 “위험 감소와 핵 문제와 관련해 대화하려는 우리의 시도에 더 많은 미사일 실험과 동맹국에 대한 더 큰 적대감으로 답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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