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받고 국어교사 꿈꿔요"…학생시조백일장 수상자가 말하는 시조의 매력
“현대시는 점점 산문체로 가고 있잖아요. 저는 시를 시답게 만드는 게 운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운율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정형시이고요. 그래서 시조를 좋아합니다.”
2022년 개최된 제8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에서 고등부 대상을 수상했던 이정윤(20)씨의 말이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이씨는 상생과 화합의 메시지를 녹인 '냉이꽃'을 써 “좋은 그릇에 맛깔스러운 내용을 담아냈다”, “섬세한 발상과 표현이 돋보인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양대 국어교육과에 진학해 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그를 지난달 말 만나 학창 시절 시조를 썼던 경험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중앙학생시조백일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를 계승하려는 취지로 중앙일보가 주최(한국시조시인협회 주관, 교육부 후원)하는 대회로 2014년 시작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건너뛴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려 올해로 10회째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조를 쓴 이씨는 6학년 때는 중앙학생시조암송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데 이어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중앙학생시조백일장 우수상을, 3학년 때는 대상을 받았다.
대상작은 고모네 밭에서 처음 본 냉이꽃에서 착안했다. “냉이는 보통 꽃이 되기도 전에 항상 다 먹었기 때문에 냉이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걸 알게 된 후 내가 먹은 냉이도, 먹지 않은 냉이도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시조로 짓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시조를 쓴다. 최근엔 노산시조 백일장 일반부에서 입상했다. 시조를 어렵게 느끼는 학생들에게 그가 남긴 팁은 “짧은 시조를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기”다.
“원래 시조는 노래잖아요. 유행가 가사를 읽을 때와 노래를 들을 때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시조도 눈으로 볼 때와 소리 내서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르거든요. 시조 암송대회는 노래로서의 시조를 복원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외운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반복해서 소리 내 읽으며 음미하면 누구나 시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노래가 저절로 기억되는 것처럼요.”
그는 “시조를 외우고 쓰는 활동을 통해 학교 공부에도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중·고등학생 때 고전 시조를 공부하게 되는데 어휘나 형식이 익숙하지 않아 다들 어려워하거든요. 저는 시조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게 좀 수월했어요. 글자 수를 3-5-4-3으로 맞춰야 하는 종장에 어떤 단어가 어울릴지 고민하면서 사고력이나 집중력이 좋아진 것 같고요.”
지난해 한양대 국어교육과에 진학한 그의 목표는 시조 창작을 계속하면서 시조의 뿌리를 연구하는 것.
“보통 ‘시조는 단가이자 정형시’라고 주입식으로 배우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이상을 알고 싶거든요. 일단 고전 시가의 영역에서 시조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시조를 더 재밌게 배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겠죠?”
올해 제10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은 22일까지 예심 응모를 받는다. 본선 진출자 명단은 다음 달 1일 중앙일보(joongang.co.kr)와 한국시조시인협회(www.hankuksijo.com) 홈페이지에 발표된다. 본심은 다음 달 13일이다.
제7회 중앙학생시조 암송경연대회도 백일장 본심과 함께 열린다. 한국시조시인협회가 선정한 교과서 수준의 학생 시조 50편을 외우는 대회다. 암송 시조 50편은 한국시조시인협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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