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마크롱, 1년반 만의 브로맨스…"우크라 외면하지 않겠다"

김형구 2024. 6. 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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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빈 방문을 통해 파리와 노르망디, 프랑스를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스는 우리의 첫 번째 친구이자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입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의 환대 속에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을 잇따라 소화하며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국빈 자격으로 2022년 12월 백악관을 찾은 마크롱 대통령은 1년 6개월 만인 이번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국빈으로 예우를 갖춰 맞이했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 및 중동지역 긴장 완화 의지를 확인했다. 또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이전을 강력히 규탄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관련 사안을 공조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복에 성공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유럽 전체가 위협을 받겠지만, 우리는 그런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우크라이나 곁에 굳건히 서 있고, 우리는 프랑스와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우리는 의견을 같이한다”며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국제법에 대한 존중, 민족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결권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양국 정상은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 종식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즉각적 휴전과 함께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가 오기를 원한다”며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 작전은 중단돼야 하고 유엔 안보리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라스엘군이 인질 4명을 구출한 것을 환영하며 “모든 인질이 집으로 돌아오고 휴전이 이뤄질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별도로 배포한 설명자료 ‘프랑스ㆍ미국 로드맵’을 통해 “두 정상은 양국 간 깊은 역사적 유대와 가치의 공유를 강조했다”며 우크라이나ㆍ중동ㆍ인도태평양ㆍ사이버안보ㆍ우주 등 분야별로 총 66개의 양국 협력 계획을 밝혔다. 특히 “두 정상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사용하기 위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탄약을 제공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으며,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공조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인도태평양의 번영과 안보를 위해 힘을 모으고, 중국과 관련한 다양한 도전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엘리제궁 정원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경제 투자와 관련해 언급하며 미국과 유럽이 함께 조율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현장 취재진에 포착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북미산 전기차 등에 혜택을 주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반발했는데, 이와 관련된 ‘조율’ 가능성이 언급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했을 때 시 주석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대했다고 말하는 것도 포착됐지만, 이날 발표된 성명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잔을 들며 건배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바이든 대통령을 파리 개선문 앞에서 맞이했다.

국빈 만찬에서는 양국 간 우호적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무너진다’는 미국의 관용어구를 인용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철학이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를 하나로 묶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동맹이며 앞으로도 동맹일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다”며 “지금 우리의 결정이 향후 수십 년 간 우리의 미래를 정할 것이다. 프랑스와 미국은 지금 그리고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파리 외곽의 미군 묘지를 방문해 추모하는 것으로 국빈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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