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토크]ARM과 인텔, 적일까 동맹일까

임주형 2024. 6. 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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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x86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ARM "PC 점유율 50%가 목표"
PC서 충돌…위탁생산엔 새 기회

인텔과 ARM.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의 양대 진영을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주력 제품이 CPU임에도 서로 직접적으로 경쟁하진 않았습니다. 인텔 CPU는 데이터센터와 PC에 탑재되고, ARM CPU는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영역을 지배했으니까요.

하지만 ARM의 CPU가 서버, 심지어 PC 시장에까지 진입하면서 결국 충돌은 피할 수 없게 되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경쟁의 판세가 이전과는 다소 다릅니다. 인텔은 ARM 기반 제품의 시장 진입을 꺼리면서도, ARM의 시장 참여를 새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ARM PC, 인텔에는 독일까 기회일까

대만 컴퓨텍스 2024에 참가한 팻 겔싱어 인텔 CEO [이미지출처=인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 참가했습니다. 이 자리의 화두는 단연 x86 아키텍처 기반 CPU의 미래였습니다.

현재 CPU 디자인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뉩니다. 인텔과 AMD가 거머쥔 x86, 그리고 ARM이 제공하는 ARM v9.2 아키텍처입니다. 특히 최신 ARM 기반 설계는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ARM은 이제 PC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PC 생태계의 핵심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OS)도 ARM을 지원하기로 했죠.

겔싱어 CEO는 "ARM 윈도 발표가 처음이 아니고, x86 시장은 매우 뜨겁다"라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했습니다. x86의 PC 시장 점유율은 약 90%, 그중에서도 인텔의 독점적 지위는 공고합니다. 인텔의 최신 세대 PC CPU인 '루나레이크'는 성능과 효율 모두 고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겔싱어 CEO는 인텔이 시장 파이를 빼앗길 경우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는 "만일 ARM이 (PC 시장에) 등장한다면 우리는 파운드리를 맡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ARM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만 합니다. ARM이 설계한 칩을 인텔 공장에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겔싱어는 "이건 진심"이라며 "인텔과 ARM의 파트너십은 상상 이상으로 두 회사 모두에 유익할 것"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ARM 위탁생산을 노리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美 애리조나 인텔 공장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로 인텔과 ARM의 협력은 물밑에서 진행 중입니다. 지난 2월 인텔은 ARM 기반 슈퍼컴퓨터용 반도체를 자사 18A(18옹스트롬·1.8nm급) 생산라인에서 위탁생산하기로 했습니다. ARM의 자동차 반도체 협력 파트너사 중에서도 가장 먼저 참여한 기업 중 하나가 인텔 파운드리입니다.

현재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는 대만 TSMC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IFS의 매출은 대부분 기업 내부 매출입니다. 즉, 인텔 본사가 판매하는 CPU 설계를 IFS가 위탁생산해 돈을 버는 방식이라는 뜻입니다. IFS가 진정한 대형 파운드리 회사로 독립하려면 외부 일감을 수주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인텔과 ARM이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작은 통로'가 생깁니다. 만일 정말로 ARM PC가 x86 시장을 뜯어간다면 반도체 벤더로서 인텔은 타격을 받을 겁니다. 대신 ARM PC의 위탁생산 물량을 IFS가 선점한다면, 종합 반도체 기업에서 파운드리 기업으로 변신 중인 현 인텔의 구조 개혁은 탄력을 받겠지요. 어쩌면 점점 동력을 상실해가는 인텔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메꾸고도 남을 수준이 될 지도요.

"PC 점유율 50% 달성하겠다" ARM 대담한 선언

르네 하스 ARM CEO도 컴퓨텍스 2024에 참가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이미지출처=ARM]

그렇다면 ARM 기반 PC가 실제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얼마나 클까요. 겔싱어 CEO가 컴퓨텍스에서 밝혔듯, ARM 기반 반도체는 PC 시장의 고작 10% 남짓한 수준만 차지했습니다. 데이터센터에서도 비슷합니다. 다만 ARM이 처음 데이터센터 진출을 선언했던 2018년엔 그 누구도 ARM이 고성능 로직 반도체 시장에서 번창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게다가 ARM은 거대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았습니다. 아마존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3대 클라우드 업체 모두 이제는 ARM의 기술 지적재산(IP)과 설계 서비스로 자체 CPU를 만듭니다.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 칩인 '그레이스', 차세대로 밝혀진 '베라' CPU 모두 ARM 코어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ARM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사실 겔싱어 CEO가 연단에 섰던 컴퓨텍스 2024에는 ARM의 신임 CEO인 르네 하스도 참가했습니다. 그는 "AI 시대엔 ARM이 선택될 수밖에 없다"며 "ARM 설계도로 만든 AWS 그래비톤, 마이크로소프트 코발트, 구글 칩은 모두 40~60%대의 에너지 절감을 달성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담한 선언도 했습니다. "내년 말까지 전 세계에 1000억개 이상의 ARM 기반 AI 장치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5년 안에 윈도 PC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만일 하스의 말이 현실화한다면, 인텔·AMD의 시장은 앞으로 5년 안에 반토막 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경쟁자에 맞서 새 무기를 꺼내든, 혹은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기업의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든, 인텔과 AMD 모두 대응책을 마련해야겠지요.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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