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무대 삼는 K-뮤지컬…‘개츠비’ 바통 받은 ‘어쩌면 해피엔딩’
한국 뮤지컬이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뮤지컬 중심지로 통하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하면서 2024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외연이 확대되는 대표적인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물꼬를 튼 건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프로듀서가 이끄는 ‘위대한 개츠비’다. 작품은 미국을 대표하는 고전 소설로 손꼽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을 새롭게 각색했다. 광란의 1920년대 시대상을 투영한 다채로운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꿈과 사랑, 욕망이 가득한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신 대표는 ‘드림걸즈’ ‘홀러 이프 야 히어 미’ ‘닥터 지바고’ 등의 흥행 실패로 고배를 마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위대한 개츠비’를 기어코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다. 신 대표는 개발부터 캐스팅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 한국 프로듀서가 브로드웨이에서 기획·제작을 이끈 첫 사례다.
프리뷰 공연 당시부터 10회차 공연이 매진되고, 주당 매출액 100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원 밀리언 클럽’에 입성한 이 작품은 지난 4월 25일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정식 개막한 이후로 매회 좌석 점유율 90%를 유지하고 있다. 주당 매출액 역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고 개막 3주 만에 매출 128만 달러(약 17억7241만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기존 11월까지로 예정됐던 티켓 판매를 내년 봄까지 연장하게 됐다.
이 가운데 또 다른 한국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가 한국인 제작자가 현지 뮤지컬 제작에 참여한 첫 사례라면, 브로드웨이의 1000석 규모 대극장 벨라스코 시어터에서 오는 9월 프리뷰를 거쳐 10월 본공연을 앞둔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창작진이 만든 뮤지컬이 해외로 진출한 첫 사례다.
작품은 21세기 후반, 한국에서 사는 도우미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인간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겪는 이야기로, 우란문화재단에서 트라이아웃 초연을 거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이후 정식 한국 레퍼토리 공연을 거치면서 영어 대본으로도 완성해 지난 2020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첫 영어 공연을 마쳤다.
미국 공연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현지인으로 꾸려 무대에 올려진다. 특히 한국 공연에서는 주인공 올리버와 클레어 외에 멀티 역할의 배우 한 명만 출연하는 소극장 3인극이었지만 1000석 규모의 벨라스코 시어터 무대에서는 멀티 역할의 배우를 여러 명의 앙상블이 나눠 맡을 예정이다.
두 작품이 브로드웨이 무대를 공략하는 사이 뮤지컬 ‘마리 퀴리’는 지난 1일부터 또 다른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영국 웨스트엔드의 채링 크로스 극장에 올려졌다. 폴란드계 프랑스인 물리학자이자 화학자로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해 여성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의 삶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로, 한국 공연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가 현지 프로덕션의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해 영국 현지 제작진과 배우들을 꾸렸다.
무엇보다 ‘마리 퀴리’는 한국에서 만들어져 주연 캐릭터인 마리 퀴리의 고향인 유럽 공연 시장에 역수출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국내에선 2018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20년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된 이후 세 번의 시즌 공연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해외에서는 지난 2022년 폴란드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호평 속에 마무리했다.
한국 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만 하더라도 2021년부터 ‘K뮤지컬 국제마켓’을 개최하면서 우수 작품을 선정하고, 쇼케이스를 통해 작품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올해 역시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링크아트센터,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개최을 앞두고 있다.
K뮤지컬국제마켓 측은 “올해는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 후속 지원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마켓을 통해 총 17개 작품이 영국 웨스트엔드와 대만 타이페이, 일본 도쿄에서 해외 현지 쇼케이스 공연. 관계자 네트워킹, 대본 현지와 등의 후속 지원 사업이 연계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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