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 아이가 제시한 담배 피우는 애 반으로 줄이는 법

서부원 2024. 6. 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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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나의 스승] 학교는 지금 흡연과의 전쟁

[서부원 기자]

 교내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오늘도 숨어서 담배 피우다 걸린 아이들이 여럿 붙잡혀 왔다. 근래 들어 하루가 멀다고 담배와 라이터가 접수될 만큼 익숙한 풍경이다. 아이들 입에서조차 '식후흡연(食後吸煙 不老長生)'이라는 말이 고사성어인 양 회자하고 있다. 어느새 담배는 아이들의 '기호품'이 돼 버렸다.

정기적으로 금연 교육을 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등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역부족일뿐더러 효과도 없다. 학교 교육만으로 담배를 끊게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교사는 이제 없다. 상급 기관에서 하라니까 교육하고, 오랜 관행이다 보니 '파블로프의 개'처럼 캠페인을 벌일 따름이다.

아이들이 시중에서 담배를 구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신분증 검사만으로 미성년자의 담배 구매가 원천 차단될 거라고 여긴다면 순진한 사람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자녀에게 담배를 손수 사주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그들은 자녀의 더 큰 일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한다.

몇몇 '골초' 아이들의 전언에 따르면, 지금 또래 친구들 서넛에 한 명은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과거에는 '센 척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도구였지만, 지금은 친구들끼리 화기애애한 대화를 위한 매개체란다. 심지어 담배 맛까지 품평하는 경우가 있단다.

"매일 하굣길에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웁니다. 학교에서 강력하게 단속 좀 해주세요."

얼마 전 시내버스 기사님에게 항의 전화가 걸려 왔다. 교정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일과 중 단속을 강화하니,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일종의 '풍선 효과'다. 아닌 게 아니라, 버스 정류장뿐만 아니라 교문 밖 곳곳이 아이들이 버린 담배꽁초투성이다.

"네,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말뿐이라는 건 전화를 건 기사님들도 모르진 않는다. 실상 수업하다 말고 교문 밖으로 뛰어나갈 수도 없고, 하굣길 '우범 지대'를 순찰할 인력도 없다. 조회나 종례 때 담임교사가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워선 안 된다는 훈화 한 번 더 건네는 게 고작이다.

불과 며칠 만에 또 다른 기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 이번엔 대체 학교에선 왜 나 몰라라 하고 있느냐면서 대놓고 교사들의 나태함을 나무랐다.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아이들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천방지축 날뛴다는 거다.

순식간에 아이들의 흡연을 방임하는 무책임한 교사로 낙인찍혔다. 학생부장 소임을 맡아 예방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노력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것 같아 순간 부아가 치밀었다. 연신 읍소하듯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건네다가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며 사달이 났다.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기사님과 주변 지인들의 아들이나 조카일 수도 있습니다. 내 자녀라 생각하고 따끔하게 나무라주시면 안 될까요? 교사만 다그칠 게 아니라 같은 기성세대로서 책임과 역할을 분담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들의 성토를 이해할 순 있다. 산만 한 덩치에 교복 차림으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을 혼쭐내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십중팔구 그러다 봉변당하기 십상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길에서 담배 피우는 아이들은 흔히 만나지만, 그들을 나무라는 어른들을 본 적이 없다.

학교는 '욕받이'일 뿐, 아무런 힘이 없다

입시 공부와 생활 지도는 물론, 금연 교육조차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어서다. 그러나 교사의 지도에 불응해 제멋대로 구는 게 다반사고, 학부모들이 걸핏하면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는 현실에서,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일조차 오롯이 학교에 그 책임을 묻는 건 부당하다.

일부 교사는 '법대로' 하자고 외친다. 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무조건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고, 반복되면 '개전의 정이 없다'는 사유를 적시해 퇴학시키자는 거다. 학교 교육의 효능감이 사라진 시대엔 일벌백계야말로 최선의 교육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공공장소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있다면, 곧장 경찰에 신고하도록 요구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일과 시간도 아닌 데다 교문 밖 아이들의 일탈 행위까지 학교에 책임을 묻는 게 온당하냐는 거다. 매번 죄인처럼 머리를 조아리다 보니 어느새 학교가 '욕받이'가 됐다고 한탄했다.

우리 사회는 학교 안이든 밖이든 아이들이 저지른 모든 일탈 행위는 학교에 화살을 돌린다. 하굣길에 담배를 피운 아이들을 단속해달라고 다짜고짜 학교에 항의한 것도 그래서다. 심지어 학원 수업이 끝난 심야 시간에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운다며 다음 날 아침 학교에 전화를 건 주민도 있다.

학생부에 인계된 아이들은 등굣길 교문에서 금연 캠페인 활동을 벌여야 한다. 팻말을 들고 매일 30분씩 사흘간 벌을 서게 된다. 팻말에는 보란 듯이 '흡연은 질병'이라는 문구와 '머지않아 흡연자가 발 딛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된다'는 자극적인 내용이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적발된 아이들이 너무 많아, 이러다 1년 내내 교문에서 캠페인 활동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땡볕에 벌을 선 뒤 교실로 돌아가는 길, 홧김에 담배를 피웠다는 '무용담'을 자랑삼아 늘어놓는 철부지도 있다. 캠페인은 어디까지나 벌일 뿐, 금연 교육일 수 없다는 걸 새삼 절감한다.

"오랜 '경력자'로서, 담배를 끊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사흘째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골초' 아이에게 농을 걸듯이 물었다. 그는 단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하면서 이 둘 외에는 백약이 무효라고 잘라 말했다. 하나는 담뱃값을 크게 올리는 것, 다른 하나는 일과 중 체육 시간을 대폭 늘리는 것을 손꼽았다.

그는 한 갑에 2~3만 원 정도라면 당장 끊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들끼리 담배를 훔치는 일이 생길지언정 쉽게 사지는 못할 거라고 했다. 지질하게 아껴서 피울 바에야 끊는다는 심리가 작동한단다. 1~2천 원씩 찔끔찔끔 올리다 보니 아이들조차 내성이 생기는 거라고 덧붙였다.

물론, 그는 그것의 '부작용'을 염두에 두진 못했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낮추는 게 상책이라 해도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월등히 높아 그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거다. 그 점을 부러 상기시켜 주었더니, 그는 대뜸 이렇게 되물었다.

"그렇게 걷힌 세금을 온전히 저소득층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요?"

그보다 더 근본적인 대안은 일과 중 뛰어놀 시간을 충분히 주는 거라고 강조했다. 체육 활동이야말로 담배와는 '상극'이라는 거다. 운동을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담배와 멀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허구한 날 책상 앞에만 앉혀놓으니 자꾸만 '뻘짓'에 마음을 뺏기는 거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한 시간씩 체육 활동 시간이 주어진다면, 담배 피우는 아이가 절반 이상 줄어들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공부하기는 싫고 운동장에서 마냥 뛰어놓고 싶은 아이의 그럴싸한 핑계일 순 있다. 다만, 학업 스트레스가 청소년 흡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니 엉뚱한 주장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그가 제시한 방안이 쾌도난마의 해법이라고 해도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장 담뱃값을 올리고 교육과정을 손대는 건, 학교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결국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 마나 한 금연 교육과 캠페인 활동만 주야장천 벌이는 것뿐이다.

오늘도 인근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교복 차림의 아이들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또다시 "최선을 다해 지도하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는다. 죄송하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죄송한 마음은 없다. 학교는 '욕받이'일 뿐, 아무런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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