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쇼크웨이브]젠슨 황의 노림수, 엔비디아·애플 협력?
시가총액은 3조달러대 복귀
컴퓨텍스·액면분할 효과 본 엔비디아와 승부 기대
젠슨 황 "애플, 대단한 일 하고 있어"
대만과 밀접한 애플과 엔비디아...결국은 AI 협업도 가능
애플 인공지능(AI)의 청사진을 제시할 연례 개발자회의(WWDC)가 10일(현지시간)부터 14일까지 열린다. 마침 인공지능(AI)의 기린아 엔비디아와 젠슨 황의 행보가 '컴퓨텍스 2024'를 통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정말 묘하다. 애플과 엔비디아가 한 주 간격으로 빅 이벤트를 만들 줄이야.
이제 세간의 시선은 애플이 AI 분야에서 뒤처졌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시가총액 3조달러 고지를 두고 벌어지던 애플과 엔비디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렇지만 과연 애플과 엔비디아는 경쟁 관계일까? 시가총액 순위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두 회사는 협업을 통한 상호 보완관계로 성장해가는 단계가 아닐까.
◆WWDC, 이제는 애플 AI의 시간
애플 WWDC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지만 최근 몇 년간은 맥 컴퓨터 신제품이나 새로운 칩 공개가 중심이었다. 지난해 WWDC도 '비전프로'라는 걸출한 신제품 공개가 중심이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번 WWDC의 관전 포인트는 아이폰의 온디바이스 AI 지원 여부다.
애플은 WWDC에 앞서 5월에 전격적으로 'M4' 칩을 탑재한 아이패드를 공개해 버렸다. WWDC에 선보일 하드웨어가 없어진 셈이다. 이제 WWDC에서 공개할 것은 소프트웨어, 즉 AI뿐이다. 운영체제(OS) 차원의 AI 지원과 AI 기업과의 연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소비자, 개발자, 월가의 투자자들도 애플의 AI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연합해 갤럭시S24에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구현하며 선수를 치고 나간 만큼 애플도 오픈AI와의 협업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오픈AI는 챗GPT 4o를 발표하며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공개해 애플과의 협력이 임박했음을 예고한 상태다. 이는 애플과 오픈AI 모두에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챗GPT가 아이폰에 기본 앱으로 탑재된다면 애플은 단숨에 챗 GPT를 우군으로 확보하고 오픈AI는 2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아이폰 이용자를 확보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미 월가에서는 이번 WWDC가 지난 10년간 열린 WWDC 중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WWDC가 다가오며 애플의 시가 총액이 다시 3조달러대로 치솟은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다. WWDC 개막 전 마지막 뉴욕 증시 거래일인 지난 7일 애플 시가총액은 1.24% 상승해 다시 3조달러대로 복귀했다. 엔비디아는 컴퓨텍스 종료와 액면분할 효과 마감, 반독점 조사 여파로 약세 마감하며 2조달러대로 마감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최근 애플 주가가 11일 연속 상승하며 2023년 3월29일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최근 애플과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2위 자리를 경쟁 중이다. 엔비디아가 실적호조와 액면분할, 컴퓨텍스 2024를 통해 치고 올라왔다면 이제는 애플이 반격할 시간이다.
이미 오픈AI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들은 연이어 AI 관련 신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애플은 WWDC를 통해 AI를 소개하고 오는 9월 판매할 아이폰16과 iOS18을 통해 본격적으로 AI 역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WWDC에서 기대 이상의 발표를 내놓는다면 추가 상승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인 변화는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SIRI)로 예상된다. 시리는 2011년 출시됐기만 기대와 달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는 것이 다반사다. AI시대를 맞아 변화가 절실하다.
시리가 챗GPT와 결합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해 아이폰 내에서 AI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를 시리로 진행할 수 있다면 보안에 대해 우려를 할 필요도 없다. 시리와의 대화를 통해 전화기의 다양한 앱에 지시를 내리거나 사진을 편집하는 등 다양한 활용도 가능해질 수 있다.
애플이 오픈 AI와 협력을 하더라도 잠시 시간을 버는 것일 뿐 직접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초 발표된 비전프로도 발전된 AI와 맞물리면 활용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세간에서는 애플과 엔비디아의 경쟁에 주목하지만 이런 시각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는 추구하는 방향이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애플은 소비자용 기기를, 엔비디아는 기업을 위한 솔루션에 주력한다.
◆애플 추켜세우는 'AI 갓파더'‥팀 쿡의 선택은?
기자는 애플과 엔비디아의 AI 경쟁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컴퓨텍스 2024가 열린 대만으로 향했다. 그리고 젠슨 황에게 직접 엔비디아와 애플의 AI 경쟁에 대해 물었다. 황은 이렇게 답했다.
"애플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퀄컴, AMD, 인텔은 모두 애플과 경쟁하고 있지만, 엔비디아는 AI 공장·AI 로봇을 하고 있다."황은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황은 애플과의 경쟁을 부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황의 답변은 애플이 엔비디아를 꺼려하기보다는 협력 대상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의 자신감은 키노트에서도 목격됐다. 그의 컴퓨텍스 키노트 영상에서는 아이폰, 아이패드, 비전프로를 사용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특히 폭스콘 공장에서 애플 비전프로와 엔비디아의 AI 기능을 사용해 새로운 공정을 구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애플과 엔비디아의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애플과 엔비디아의 협력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애플의 반도체와 아이폰은 TSMC와 폭스콘에서 제조한다. 이들 회사의 AI 산업혁명 파트너는 엔비디아다. 이미 애플과 엔비디아는 대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엮인 관계다.
애플이 AI 진입이 늦었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이는 기회일 수도 있다. 애플이 엔비디아가 출시한 '블랙웰(Blackwell)', '루빈(Rubin)' 등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차세대 신제품 GPU를 경쟁사에 비해 선제적으로 도입한다면 AI 진입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애플의 자금력과 구매력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애플은 지금도 TSMC의 최첨단 3나노 공정을 독점할 만큼 바잉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어쩌면 애플과 엔비디아는 함께 AI 시대의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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