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 심한 날… 실내서 가만히? 그래도 바깥 운동?
한강시민공원은 상당 구간이 강변북로, 올림픽대로와 같은 도시고속도로에 인접해있다. 이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아니더라도 공원 이용자가 도로에서 발생한 자동차 오염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충남연구원 서해안기후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이 2017년 3월 15일 한강의 자전거도로 대기오염 상태를 조사한 결과, 도로에서 배출된 몇몇 오염물질이 자전거도로에서도 상당량 확인됐다. 대기질이 좋은 날 측정했음에도 그랬다. 연구팀은 반포대교 남단부터 원효대로 남단까지의 자전거 도로와 올림픽대로를 대상구간으로 선정해, 자전거도로, 도시고속도로, 일반 자동차도로의 오염도를 3월 15일 6시 48분부터 19시 53분까지 6회 왕복 측정했다. 자전거 도로에서 미세먼지의 일종인 블랙카본(BC) 농도는 2.7 μg/m3으로 자동차 도로의 70% 수준이었고, 발암물질의 일종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농도는 43.8 ng/m3으로 자동차 도로의 약 50% 수준이었다. 자전거 도로에 부유하고 있는 나노크기 입자의 입경별 개수농도는 1만5242 particles/cm3으로, 도시고속도로의 약 40% 수준이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호흡량이 늘며 평상시보다 숨을 많이 들이마시게 된다.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 건강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운동을 생략하다 보면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미세먼지가 극심한 날이 아니라면, 자동차 도로 주변 등 오염지역을 피해서 잠깐이라도 운동하는 것이 몸에는 더 좋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심한 곳에서라도 조금이나마 운동하는 것이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와 가장 깨끗한 도시를 상정해, 운동하며 노출되는 미세먼지 양과 건강 효과를 분석한 브라질 연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가장 깨끗한 도시에서는 운동 시간이 90분이 될 때까지 미세먼지 노출량이 증가해도 사망위험이 계속 감소했다. 가장 오염된 도시에서도 운동 15분까지는 사망위험이 감소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운동 효과가 점차 줄어, 75분 이상 운동하면 오히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연구가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 박한진 강사,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양필성 교수 공동 연구팀이 미세먼지 농도와 노인의 운동 강도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가 저농도라면 중등도, 고강도 운동 모두 수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 다만, 고농도일 땐 고강도 운동량을 과도하게 늘리는 게 오히려 해로울 수 있었다.
연구팀은 2009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회당 최소 30분 이상의 신체 운동을 주 1회 이상 주기적으로 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 8만 1326명을 대상으로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와 운동 강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연평균 미세먼지가 54.5㎍/m³(세제곱마이크로미터,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전국 상위 10% 기준) 이하인 저농도 지역에서의 중등도, 고강도 운동은 모두 수명 연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위험률은 개별 노인의 전체 운동량 중 중등도 운동 비중이 10% 증가할 때와 고강도 운동 비중이 10% 증가할 때 각각 2.3%, 2.8% 줄었다. 반면, 연평균 미세먼지가 54.5㎍/m³ 이상인 미세먼지 고농도 지역의 노인이 중등도 운동 비중을 10% 높이면 사망 위험률이 4.8% 감소했지만, 고강도 운동 비중을 같은 정도로 올리면 사망 위험률이 4.9% 증가했다.
연구를 주도한 정보영 교수는 “미세먼지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야외운동을 지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며 “다만 고농도 미세먼지로 대기 질이 나쁜 상황이라면, 고강도 운동은 실내에서 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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