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서 출발, 3040 셀 중심, 지역에 공간 내주는 안산 더행복한교회
“아이들이 교회 안에 머물지 않으면 미래 없어”
손병세 목사 “교회는 건물이 아니고 사람”
키즈카페에서 출발한 교회가 있다. 30‧40세대 셀 중심의 강력한 소그룹으로 코로나 팬데믹의 파고를 넘었다. 교회 공간을 지역의 장애인 기업인 어르신 청소년들에게 내주면서도 개척 당시보다 세 배 이상 부흥한 안산 더행복한교회(손병세 목사) 이야기다.
지난 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시화호와 인접한 행복한마을 아파트단지 건너편 더행복한교회를 찾았다. 1층엔 정비소 3층엔 요양원 등이 입주한 대형 상가 건물의 4층과 6층이 교회다. 4층엔 키즈카페 당시의 시설이 남아있는 30‧40세대를 위한 공간과 본당과 목양실, 6층엔 중·고등부 초등부 영유아부를 위한 예배실과 더불어 접이문으로 연결돼 드넓은 인조잔디 위에서 뛰놀 수 있는 테라스, 옥상인 7층엔 청소년들을 위한 풋살장이 마련돼 있다. 원래 6층 초등부 예배실이 어른들 예배드리던 본당이었는데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4층 공간과 바꿨다. 어른들이 작은 곳에서 예배드리고 아이들이 더 큰 공간에서 예배하며 뛰논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인 더행복한교회 손병세(51) 목사는 “아이들이 교회 안에 머물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안산 동산교회에서 청년부와 신혼부부 사역에 매진했던 손 목사는 2015년 4월 지금의 상가 4층에 있던 키즈카페를 인수한다. 3개월 뒤엔 바로 옆 공간 지금의 본당 자리에서 더행복한교회 개척 예배를 드린다. 30‧40세대를 위한 교회를 꿈꾸던 손 목사는 먼저 키즈카페 문을 열고 이어 교회를 시작했던 일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30‧40세대의 관심사를 보면 여전히 1번이 자녀, 2번이 재산 증식, 3번이 건강입니다. 여건이 어려우니까 아이들을 많이 낳지 못하는 것이지 관심사에서 멀어진 게 아닙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또 아이들 때문에 행복한 것이 진실입니다. 그 속에 복음이 없으면 안 되기에 교회학교 3~4세 시절부터 좋은나무 성품학교는 물론 꿈과 비전을 세우는 일에 열심입니다.”
더행복한교회는 청소년부 이름이 ‘V-TEEN’ 처치다. ‘V’는 비전, ‘TEEN’은 십대를 말한다. 십대들을 운영 주체로 내세워 스스로 예배당을 청소하고 예전을 고민하고 태국 등 선교지 비전트립을 계획하는 일을 한다. 손 목사는 “교회 안의 또 다른 교회를 꿈꾼다”고 말했다.
청소년부 사역을 돕는 이승수(31) 목사는 “집에선 다들 소중한 자녀들이기에 대형 청소기 코드 꼽는 법도 몰랐던 친구들이 이젠 교회에서 스스로 청소하는 법을 배워가며 테이블 의자 정리 등을 주도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더행복한교회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고, 소모임을 움직이며, 가정을 세우고, 다음세대가 예배하게 하고, 이웃과 함께하라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손 목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더행복한교회엔 미션 그룹(MG)으로 불리는 30‧40세대 부부 중심 평신도와 사역자들이 있고, 이들이 각자 5~6곳의 셀 리더들과 함께 아침 묵상 등 콘텐츠를 공유하며, 47개 셀은 각자 소그룹으로서 친밀도 높은 성도의 교제를 나눈다. 여름휴가를 같이 가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돕고 급한 일이 있을 때 아이를 돌봐 주는 등 어떨 땐 담임목사가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밀도 있는 소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손 목사는 “교인의 95%가 셀 모임에 소속돼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기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던 코로나 당시에 오히려 성도 수가 늘어나는 일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고 사람이기에 더행복한교회 주보의 표지는 예배당이 아닌 안산시청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중심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을이 곧 선교지란 의미다. 이런 생각에서 교회는 전체 공간을 지역에 내주기 위해 ‘The 행복한 Stage’란 이름으로 공유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다음세대 사역에 분주해 운영을 접었지만 트램펄린 등 키즈카페 시설이 남아있는 곳에서 부모들이 모임을 하고, 초‧중‧고 대학생들이 문화 공연 및 전시회와 발표회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6층 영유아 예배실의 다치지 않도록 폭신한 매트가 깔린 공간에서 매주 월요일 장애인들이 모여 재활 치료를 받는다.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소속 6개 지회가 평일 아침 청소년부실과 4층 스테이지 공간에 모여 기도회를 열고 조찬을 함께 한다. 믿지 않는 청소년들이 7층 풋살장에서 축구를 하고 테니스 강습을 받으러 교회에 오게 된다.
손 목사는 “한국교회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일주일 168시간 가운데 교회에 고작 1~2시간 머무는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교회를 내 집처럼 놀이터처럼 생각하면서 올 수 있도록 돕고 30‧40세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머물며 복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은혜와 재미를 선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산=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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