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박보검 “배우로 다양한 삶을 사는 건 행운이죠”

이이슬 2024. 6.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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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보검 인터뷰
영화 ‘원더랜드’ AI 남자친구 태주 역
전역 후 뮤지컬 도전 음악 레이블과 계약
“새로운 도전 두렵지 않아…멈추지 않을 것”
배우 박보검[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배우 박보검(30)은 의외의 행보를 걷고 있다. 착실한 성품에 수려한 외모를 갖춘 그는 수백억 출연작 투자가 척척 되는 ‘톱배우’다. 대개 배우들은 제대하면 빠르게 달린다. 경제적 공백과 잊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하지만 그는 물밀듯 밀려드는 시나리오를 뒤로한 채 뮤지컬 무대를 선택했다. 배우 소속사가 아닌 ‘가요 레이블’과 전속계약도 맺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장소에서 박보검을 만났다.

박보검은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에서 의식불명에서 깬 후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운 현실 태주와 원더랜드 서비스 속 유쾌하고 다정한 남자친구 AI(인공지능) 태주, 1인 2역에 도전했다. 영화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보고 싶은 사람을 AI로 복원해 다시 만나는 이야기에 끌려 출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시대가 빨리 오길 바란다.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그런 서비스가 나온다면 나는 신청할까, 사용해보고 싶다. 이 기술을 건강하게 잘 사용할 수 있을까. 마냥 빠져있지 않을까. 여러 고민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괴해서 이상하지만, 이상적인 나라가 원더랜드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실제 ‘원더랜드’ 서비스가 나온다면 2022년 세상을 떠난 영화의 음악감독 고(故) 방준석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박보검은 “방 감독님을 만나 ‘여러 사람의 손을 통해 이렇게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는 “과연 원더랜드 서비스를 건강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온기가 없지 않나. 서로를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다.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영상통화를 통해 말동무가 되어주고 일상을 공유해도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없어서 슬프지 않을까”라고 했다.

박보검은 연기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애정이 깊다. 전역 후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뉴미디어 음악학과에 진학해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극 중 태주와 그의 여자친구가 함께 부르는 곡인 ‘위시 원더랜드 이즈 히어’(WISH : Wonderland is here)의 작사에 참여하고 제목을 지었다. 그는 “지금, 나와 내 옆에 있는 모든 것이 소중하다, 그 자체가 나에게는 원더랜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음악에 대한 애정은 ‘도전’으로 이끌었다. 2022년 말 소속사와 전속계약 만료를 앞둔 그에게 러브콜이 쏟아졌다. 업계에서는 ‘FA(자유계약) 대어’인 그를 붙잡기 위한 손길로 분주했지만, 그는 음악 레이블인 ‘더 블랙 레이블’과 지난해 손을 잡았다. 테디의 영입 제안을 고민 끝에 수락하면서 배우로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평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박보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가수 회사이고 배우 매니지먼트가 아예 없는 회사에 가는 게 제겐 도전이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곳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는데, 굉장히 즐겁다”고 말했다.

배우 박보검[사진제공=더블랙레이블]

박보검은 2020년 8월 해군에 입대해 2022년 4월 제대했다. 전역을 앞두고 다양한 장르, 플랫폼 작품 출연 제안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는 돌연 뮤지컬 무대로 눈을 돌렸다. 대학 동기 신재범, 배우 오의식의 초대로 우연히 본 뮤지컬 ‘렛 미 플라이’에 매료돼 직진한 것이다. 그는 “공연을 보고 오의식 선배가 ‘잘 봤냐. 기회 되면 같이 하자’고 하셨다. 저는 ‘좋아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했는데 연락이 안 왔다. 소속사가 바뀌어서 그런 건가 싶어 회사에 ‘연락이 오면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이후에 연락이 와서 미팅했다”고 떠올렸다.

뮤지컬 공연은 특별한 필모그래피가 됐다. 박보검은 “대본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다. 매번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며 신기했다. 이 감수성을 잃어버리면 어쩌지. 무대에서 이 감정을 잃으면 어쩌나 싶더라”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르는 귀한 경험을 했다.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객이 바라보고 계셨다. 함께 숨을 쉬며 울고 웃으며 관객과 교류하는 희열과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복했다”며 웃었다.

그는 “전역하고 나이가 들면서 시야가 넓어진다. 감수성을 잃고 싶진 않다. 가끔 ‘내가 잘하고 있나?’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연기를 통해 다양한 삶을 경험해보는 것도 복이 아닌가.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 “공개를 앞둔 드라마 ‘굿 보이’에서 처음으로 액션에 도전했다. 처음으로 복싱을 배웠고, 액션 스쿨에도 매일 갔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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