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사단 또 일냈다…4초 내 적의 심장 뚫을 전투훈련 완성 [이철재의 밀담]

이철재, 왕준열 2024. 6.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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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제37보병사단이 또 일 냈다. ‘이철재의 밀담’은 2년 전인 2022년 10월 37사단을 찾아 탄피받이 없이 실전적인 근접전투 사격 훈련을 지켜봤다.

그리고 육군은 올해 ‘육군 탄약 규정’에서 ‘탄피를 100% 회수하여 반납한다’를 ‘회수한 탄피를 반납한다’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새 규정이 나오면 육군 전 부대에선 탄피받이를 안 달고 사격하게 된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장. 기존 사격장을 고쳐 헤스코 격실(오른쪽)을 짓고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지난 4월 완공됐다. 영상캡처


37사단이 한 발 더 나갈 차례다. 이 부대는 요즘 조우전(遭遇戰ㆍMeeting Engagement)에 흠뻑 빠졌다. 조우전은 ‘불완전하게 전개된 부대가 이동 중 예기치 않게 적과 만나 교전하게 된 전투’를 뜻한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에서 알 수 있듯이 전시엔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으며, 소부대 전투가 중요하다. 그리고 소부대 전투는 가까운 거리에서 적과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화가 많이 이뤄졌고, 대부분이 산악 지형인 한국에선 전투의 시작은 대개 조우전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육군이 조우전을 강조하고 있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에선 탄피가 이처럼 바닥에 뒹군다. 탄피받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훈련이 끝난 뒤 환경보호와 자원재생 목적으로 줍는다. 영상캡처


37사단은 근접전투와 조우전을 엮어 소부대 전투를 완성하려고 한다. 그 현장을 지난달 27일 찾아갔다.


계급이 높더라도 사격장에선 통제관 따라야

충청북도 증평의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장은 헤스코로 격실을 만든 게 인상적이었다. 헤스코는 철망을 짠 틀에 부직포 자루를 깔고 안에 흙은 넣은 방호벽이다. RPG와 같은 직사화기 공격도 막아낼 정도로 튼튼해 미군이 애용한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에서 근접전투 사격. 영상캡처


초고속 카메라와 열상 카메라를 가져와 탄종별, 거리별 사격 후 도비탄(장애물에 닿아 튕겨져 나온 탄환)이 안 나오는 걸 확인했다. 도비탄은 그동안 육군의 걱정거리였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경기도 파주에서 한 민간인 근로자가 인근 부대에서 날아온 도비탄에 맞아 발에 총상을 입었다. 걱정 없이 실탄사격할 수 있는 환경을 부대 차원에서 마련해준 것이다.

이날 사단 기동대대 양철현 원사가 통제관을 맡았다. 그리고 장교를 포함한 인원들이 훈련을 받았다. 훈련 도중 양 원사가 “사격중지”라고 외쳤다. 훈련 관련 지시를 따라 외치지 않는 훈련 인원을 발견하면서다. 사격장에서 통제관은 왕과 같다. 훈련 인원이 통제관의 지시를 복창해야만 통제관이 훈련 인원이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복창도 안전한 사격훈련의 필수 요소다.

무엇보다 훈련은 실탄사격이 동반했다.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①사격 직전까지 방아쇠울에서 검지를 빼고 ②화기의 조정간은 안전에 위치하며 ③총구를 절대 아군에게 지향하지 않는다 등 3대 안전수칙 말이다. 장전하기 전에 약실이 비었는지 체크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됐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에서 근접전투 사격. 안전상 교관이 두 명 붙었다. 영상캡처


제일 먼저 근접전투 사격을 했다. 헤스코 격실에 놓인 표적을 향해 완사가 이뤄졌다. 완사는 영점을 잡고 자세를 보완하는 준비사격 성격이다.

그리고 한 발씩 열번을 쏘는 속사와 열발을 이어 쏘는 연속조준사격이 있었다. 연속조준사격은 다른 부대에선 잘 안 하는 사격이다. 양철현 원사는 “5.56㎜ 탄으론 한발로 적을 제압하기 힘들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보면 실제 전투는 처음에 속사로 했다 바로 연속사격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안전을 위해 사수 1명에 교관 2명이 붙었다. 교관 1명은 계수기를 들고 총성으로 발사 횟수를 셌고, 또 다른 교관은 빨간 깃발로 사격 여부를 알렸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 훈련 인원 모두 눈을 보호하기 위해 전투안경을 썼다. 그리고 소음 차단 이어플러그를 다 꼈다. 영상캡처


모든 훈련 인원은 전투안경을 쓰고 소음 차단 이어플러그를 꼈다. 2년 전 병장으로 만난 이진석 하사는 그동안 부사관으로 임관해 친정인 37사단 중원여단 기동중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멋으로 쓰는 건 아니고 화약이나 이런 파편들로 인해 부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착용하고 있다”며 “조금 전 사격하다 화약이 튀어 귀에 맞았다. 부상의 위험 때문에 최대한 착용을 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대에서 볼 수 없는 훈련도 진행

다음은 소부대 전투 사격 중 정지간 사격이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적을 조우할 경우 빠르게 대응사격하는 방법을 익히는 훈련이었다. 그런데 준비된 사수부터 쏘는 게 아니라 샷 타이머가 “삐” 소리를 내야만 사격할 수 있었다. 사수에게 언제 소리가 나올지 몰라 긴장하도록 만들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격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소부대 전투 사격 중 정지간 사격. 자세전환과 방향전환을 익히는 훈련이다. 엄폐가 중요하며, 사격 후 주변 상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영상캡처


훈련 인원은 엄폐물에서 잽싸게 몸을 드러내 사격하고 바로 숨었다. 사격을 마치면 항상 좌우를 살폈다. 적과 아군의 위치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또 엎드려쏴, 무릎쏴, 서서쏴 등 다양한 자세도 연습했다. 다만 어떤 자세에서도 첫발을 신속히 쏜다는 원칙을 지켜야만 했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 중 근접전투 사격소부대 전술훈련 종합사격에서 기동을 은폐하기 위해 연막탄을 던졌다. 영상캡처


마지막으로 소부대 전술훈련 종합사격이었다. 우세한 적과 만날 경우 안전한 지역으로 이탈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측면이탈→전방기동간 사격(공용화기사격)→우회기동(L자 대형) 등 순으로 이어졌다. 특히 유탄발사기ㆍ기관총 등 공용화기사격을 따로 하지 않고 함께 했다. 37사단만의 방식이었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 중 소부대 전술훈련 종합사격에서 기동하기에 앞서 일제 사격으로 탄막을 만들고 있다. 영상캡처


8명이 4명씩 2개 조로 나눈 뒤 연막탄을 던지고 탄막 속에서 이동했다. 움직일 땐 옆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려 신호를 보냈고, 탄창을 갈아 낄 때도 이를 알렸다. 혼잡한 전투 상황에서도 소통하는 버릇을 들이는 훈련이었다. 탄막의 엄호 속에 기동해야 하므로 가급적 사격이 끊이지 않는 게 중요했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에서 1개조가 다른 조의 기동을 엄호하고 있다. 영상캡처


전진할 땐 세 걸음 나가고 바로 엎드려쏴 자세로 돌아갔다. 적이 식별하고 조준하는 데 3~4초 걸린다. 그 안에 기동을 끝내야 내가 살 수 있다. 대응사격도 그 시간 안에 하는 게 좋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 중 소부대 전술훈련 종합사격에서 기동을 엄호하기 위해 사수가 기관총을 쏘고 있다. 영상캡처


이렇게 자세ㆍ방향전환을 자주하고 신속히 기동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하다. 실제 전투에선 탄약과 하루 치 식량, 조준경ㆍ표적지시기를 챙기고 방탄복까지 입으면 전투하중이 28㎏ 가깝게 된다. 그래서 37사단 장병은 틈만 나면 운동으로 체력을 기른다.

유탄발사기 사격을 하는 데 한 명이 비스듬히 엎드린 상태에서 쐈다. 양철현 원사는 “교본엔 표적과 일직선 상에 엎드리라고 돼 있는데, 저 친구가 워낙 잘 쏴 뭐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7사단에서만 진행하는 기관총 서서쏴 훈련. 취재 다음 날인 5월 28일 있었다. 37사단


기관총은 방아쇠를 3분2만 눌러 2~3발씩 끊어서 사격했다. 작전 지속시간을 최대한 늘리려는 의도였다. 37사단은 다음 날 기관총 서서쏴 훈련도 벌였다. 이 또한 흔한 훈련이 아니다.

양철현 원사는 “오늘 훈련은 가장 기본적인 훈련”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본적인 훈련을 육군 모든 부대가 하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나와 전우 지키려 위험하고 어려운 훈련 받는다

37사단에서 놀라운 점은 용사(병사)들의 적극적 참여다. 훈련이 끝난 뒤 브리핑도 하고 토의도 한다. 체력단련도 알아서들 한다. 양철현 원사는 “용사들이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을 즐기다 보니 실전적 훈련에 흥미를 많이 가진다”고 말했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에서 표적. 명중률이 꽤 높다. 사격훈련이 잘 돼 있는데다 조준경ㆍ표적지시기 등 장비가 좋아서다. 영상캡처


기동대대 이호수 병장은 “처음엔 실탄을 갖고 하는 훈련이라 많이 긴장했다”며 “위험한 상황에서 훈련하다 보니까 더 집중하기도 하고 우리끼리 의논도 한다. 그러면서 팀 결속력이 더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기동대대 2중대 김운호 대위는 “조우전과 근접전투 사격은 어렵고 위험한 훈련”이라며 “나와 내 전우를 지키는 데 꼭 필요한 훈련이라고 정신교육을 하고, 훈련 여건을 보장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7사단은 조우전 훈련 성과를 모아 『조우전 전투기술 지침서』를 펴냈다. 이 때문에 다른 부대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일 합을 겨뤄보자는 도전장도 답지하고 있다고 한다. 끊임없는 실험과 자유로운 토론, 철저한 안전 관리, 자기 동기 부여, 그리고 지휘부의 지원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제 ‘37사단=소부대 전투’라는 인식만큼은 부대의 DNA에 깊이 새겨져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남게 됐다.

37사단 조우전 전투사격 중 탄피가 날아가는 모습. 영상캡처


특히 곽현근 사단 주임원사는 전역을 앞두고 받아야 하는 전직지원교육까지 미루면서 조우전 전투사격 훈련장을 짓는 데 애를 썼다. 훈련장 관련 조언을 준 군사 전문 저널리스트 태상호씨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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