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사냥' 등 韓 영화 170여편 찍은 정광석 촬영감독 별세

김희윤 2024. 6. 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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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래사냥',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170여 편의 한국 영화를 촬영한 정광석 촬영감독이 8일 별세했다.

1962년 이봉래 감독의 영화 '새댁'을 통해 촬영감독으로 데뷔한 고인은 이후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평양감사'(조긍하 감독·1964), '쇠사슬을 끊어라'(이만희 감독·1971), '혈육애'(김기영 감독·1976), '땡볕'(하명중·1984),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강우석·1989) 등 다양한 작품을 작업하며 매년 3편 이상 영화를 촬영하는 인기 촬영감독으로 충무로에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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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 볼것 없다'·'땡볕' 등으로 촬영상
배창호 감독과 8편 작업하며 '환상의 콤비'

영화 '고래사냥',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170여 편의 한국 영화를 촬영한 정광석 촬영감독이 8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정광석 촬영감독. [사진 =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유족과 영화계에 따르면 정 감독은 이날 오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입대 후 홍보 업무를 맡아 사진 촬영을 시작했고, 제대 후 1956년 정창화 감독의 '장화홍련전'의 조명부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1962년 이봉래 감독의 영화 ‘새댁’을 통해 촬영감독으로 데뷔한 고인은 이후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평양감사’(조긍하 감독·1964), ‘쇠사슬을 끊어라’(이만희 감독·1971), ‘혈육애’(김기영 감독·1976), ‘땡볕’(하명중·1984),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강우석·1989) 등 다양한 작품을 작업하며 매년 3편 이상 영화를 촬영하는 인기 촬영감독으로 충무로에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배창호 감독과는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부터 '적도의 꽃'(1983), '고래사냥'(1984),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깊고 푸른 밤'(1985) 등 총 8편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작품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최고의 콤비 플레이를 선보였다.

고인은 1985년 시카고영화제에서 '땡볕'으로 촬영상을 받으면서 국제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고의 촬영감독으로 활동하던 1980~1990년대 고인은 신인 감독들과 활발하게 작업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촬영했다.

곽지균 감독의 '겨울나그네'(1986), 박종원 감독의 '구로아리랑'(1989), 이현승 감독 '그대안의 블루'(1992) 등이 고인의 카메라를 통해 나온 작품이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현장에서 박종원 감독(왼쪽)과 정광석 촬영감독. [사진 =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1990년대 들어서도 현장을 지킨 고인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박종원·1992), '투캅스'(강우석·1993), '조용한 가족'(김지운·1998),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이명세·1999) 등을 작업했다.

2000년대에는 '동감'(김정권·2000), '신라의 달밤'(김상진·2001) 등을 촬영했고 영화 '아랑'(안상훈·2006)을 마지막으로 촬영 현장을 떠났다.

생전 촬영 현장에서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고인은 당시 기술적 한계를 맨몸으로 극복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1965년 김기 감독의 공군 전투 영화 '성난 독수리' 촬영 현장에서 고인은 직접 전투기 뒷좌석에 앉아 촬영을 위해 25시간 동안 비행에 나서기도 했다. 1992년 박종원 감독의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달려오는 기차를 박진감 있게 포착하려 열차가 옷깃을 스칠 만큼 가까이 올 때까지 버티며 촬영한 일화가 전해진다.

고인은 40여년간 영화계에 몸담으면서 촬영과 관련된 여러 상을 받았다. '땡볕'으로 앞서 언급한 시카고국제영화제 최우수 촬영상을 비롯해 대종상영화제 촬영상을 받았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청룡영화제, 대종상, 프랑스 도빌 영화제에서 촬영상 트로피를 안았다. 또 2006년에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고인의 빈소는 쉴낙원김포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0일 오전 10시이며 장지는 인천가족공원과 무지개뜨는언덕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훈재·원찬 씨, 딸 화숙·리나 씨, 배우자 이정순 씨가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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