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발상지’ 조지아 국가대표 레드 와인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조지아는 와인 발상지로 알려진 나라다. 8000년 전 존재했던 조지아 고대 정착지에서 포도를 발효하고 숙성했던 항아리인 크베브리(Qvevri)와 포도 씨앗이 발견됐다. 언어학자들은 ‘와인(Wine)’이 고대 조지아어인 ‘Gvino’에서 파생됐다고 본다. 조지아에는 현재 500여종 토착 포도 품종이 있고, 그중 38종이 상업용 와인 양조에 활용된다.
마라니 와이너리가 위치한 카헤티 지방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유구한 와인 역사를 보유한 와인 산지다. 조지아식 전통 양조 방법을 고수하면서 고품질 와인 양조로 유명하다. 특히 알라자니강 계곡은 천혜의 테루아로 손꼽힌다.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뻗은 코카서스 산맥과 티시브-곰보리 산맥 사이로 110㎞ 이상 길게 뻗어 있는 계곡이다. 해발 250~650m에 자리 잡은 2만2500헥타르 포도밭은 흑포도 70%, 청포도 30%를 재배한다. 알라자니강 오른쪽 기슭에는 트신난달리(Tsinandali), 바지수바니(Vazisubani), 악하스헤니(Akhasheni) 등의 AOC가 있으며, 왼쪽으로는 나파레우리(Napareuli), 크바래리(Kvareli), 킨드즈마라우리(Kindzmarauli) 등이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조지아 토착 포도 품종을 비롯해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말벡, 샤르도네, 리슬링(Riesling)도 소량 재배된다.
마라니 와이너리 포도밭은 여러 세기를 거쳐오며 오랫동안 경작됐다. 조지아의 유명 작가 바그후시티 바토니시빌리(Vakhushti Batonishvili)가 1742년 그의 저서 ‘조지아의 삶’에서 이곳 포도밭을 “3세기 동안 최고로 우아한 화이트 와인과 깊고 복잡한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라고 극찬했다. 마라니 와이너리는 끊임없는 와인 R&D 개선으로도 유명하다.
현대 양조 설비인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공기 압력 프레스를 비롯해 최신 펌프와 온도 제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오크통과 크베브리 등을 활용한 전통 방식으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 최근에 2층 건물의 와인 저장고를 신축했고, 리셉션 공간·와인 시음실·숙성실도 확장하는 등 현대적인 양조시설 면모도 갖췄다.
마라니 와이너리에서 만든 12종류 와인을 시음했다. 그중에 사페라비(Saperavi) 100%로 양조한 조지아를 대표하는 레드 와인 ‘사트라페조 사페라비 2019(Satrapezo Saperavi 2019)’가 가장 인상 깊었다. 이 와인은 신성한 테이블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트라페자(Trapeza)’에서 유래됐다. 포도를 수확한 후 크베브리에서 약 6개월 동안 발효를 거쳐 침용하고 새 오크통으로 옮겨 24개월 동안 추가 숙성을 한다. 여과되지 않은 상태로 병입하고 출시하기 전 지하 셀러에서 6개월 동안 병 숙성한다.
색상은 진한 레드 컬러, 아로마는 향신료, 바닐라, 농축된 숲 베리 향이 나며, 마셔보면 블랙베리 풍미와 잘 익은 비단 같은 오크 타닌의 첫맛, 블랙커런트, 감초 풍미가 지배적이고 부드럽고 둥글고 꽉 찬 풀보디 와인으로 균형감이 아주 좋다. 음식과 조화는 양고기,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 포도나무 숯불에 구운 돼지 바비큐 등과 잘 어울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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