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는 어떻게 독립을 쟁취했을까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빙하가 전체 국토의 20%를 덮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어디냐고요. 바로 아이슬란드입니다. 이름 자체도 ‘얼음의 나라’라는 의미를 갖고 있을 정도인데요. 재밌는 건 이름과 달리 그리 춥진 않다고 합니다. 한국 관광객에게도 잘 알려진 수도 레이캬비크는 북위 64도로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수도인데요. 그럼에도 대서양을 건너온 따뜻한 멕시코 만류가 이 섬 주변을 흐르는 덕분에 1월 평균 기온은 영상 1도라고 합니다. 게다가 풍경도 수려하고, 온천도 많습니다. 여기에 운 좋은 날에는 밤하늘 오로라도 볼 수 있는 다양한 풍광을 자랑해 관광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 알고 계셨나요. 아이슬란드가 독립 국가로서의 역사는 무척 짧다는 것을요. 올해 6월 17일은 아이슬란드가 덴마크로부터 독립한 지 딱 80년 되는 날입니다.
아이슬란드는 노르웨이 사람들이 건너가 살던 섬이라 처음에는 노르웨이 영토였다고 합니다. 이후 1397년 덴마크 왕이 스웨덴과 노르웨이까지 통치하는 칼마르 동맹이 맺어진 이래 덴마크 지배를 받았다고 하네요. 독립은 한참 뒤인 1944년 이뤄냈습니다.
세계사를 잘 아시는 분들은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1944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인데, 어떻게 독립을 성취했을까요. 바로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기회를 잘 포착한 덕분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 초반, 나치 독일의 거침없는 승전보가 이어졌습니다. 1940년 4월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점령했고, 이후 6월에는 프랑스까지 함락시켰죠.
나치 독일은 다음 목표인 영국을 향해 전진했습니다. 이에 바짝 긴장한 영국은 독일의 침공 계획 파악에 분주했는데요. 이들이 생각한 가장 유력한 침공 루트는 프랑스에서 바다 건너 침공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너무 뻔하기에 독일은 아이슬란드를 점령하고 영국 북부 해안으로 기습 상륙하는 이카루스 작전도 검토합니다. 하지만 워낙 영국 해군이 막강해 망설였다고 합니다.
이 첩보를 입수한 영국이 독일보다 먼저 점령하기로 결정했는데요. 1940년 5월 10일. 2만5000명의 영국군이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항구에 상륙합니다. 당시 60명의 경찰과 300명의 예비군만
있던 아이슬란드 자치정부는 총 한 방 쏘지 않았다고 합니다. 덕분에 이들은 정부 청사까지 소풍 가듯 편한 걸음을 했습니다. 그러던 영국군이 아이슬란드 관료들을 만나 이렇게 첫인사를 했답니다.
“Can you speak English?”.
그렇습니다. 영국군 중 그 누구도 아이슬란드 말을 몰랐던 겁니다.
히틀러도 단번에 승인한 독립
당시 연합국에 적극 협조하던 아이슬란드인은 덴마크가 돌아오기 전인 이때가 독립할 최고의 기회임을 깨닫습니다. 이에 1944년 5월 25일, 국민투표로 자치정부 섭정이던 스베인 비욘손을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하고 6월 17일 독립을 선언, 미국과 영국이 곧바로 승인합니다. 심지어 덴마크의 저항에 진절머리가 난 히틀러마저 승인합니다. 이에 덴마크인들은 아이슬란드의 배신에 분노했다고 하죠. 하지만 늘 그렇듯, 때린 이는 맞은 이의 심정을 모르기 때문이겠죠.
아름다운 나라로만 알려진 아이슬란드의 역사도 참 파란만장하죠. 유럽에서도 소수 민족들은 참 고달픈 역사를 갖고 있답니다. 아 참, 최근 아이슬란드 그린다비크 화산이 폭발했다고 합니다. 별일 없기를 바랍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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