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지루처럼 36세에 월드컵? 주민규 "그건 지루고, 나는 나…당장 다음 경기만 생각한다"
[풋볼리스트=고양] 조효종 기자= 늦깎이 대표팀 신입생 주민규가 다음 월드컵보다 다음 경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의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남자 축구대표팀 오픈 트레이닝 데이가 진행됐다. 지난 6일 싱가포르 원정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7일 귀국한 뒤 하루 휴식을 취하고 이날 재소집해 다음 경기 준비를 시작했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6차전을 갖는다.
훈련 전 주민규와 황재원이 미디어 인터뷰에 나섰다. 지난 3월 대표팀 최고령 A매치 발탁, 데뷔 기록을 세운 늦깎이 신입생 주민규는 3번째 A매치였던 지난 싱가포르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김진수의 크로스를 헤더 슈팅으로 연결해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고, 이강인의 멀티골, 손흥민의 추가골을 도우며 어시스트 3개도 기록했다.
내친김에 월드컵 본선도 목표로 삼아볼 만한 활약이지만, 2026 북중이 월드컵 때 36세가 되는 주민규는 지금처럼 직면한 과제에만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2년 전 프랑스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의 월드컵 참가 이야기가 나오자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 '그건 프랑스의 지루고, 넌 주민규다'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한다. 사실 나도 (월드컵을) 생각하진 않고 있다. 일단은 다음 A매치, 다음 경기, 앞에 있는 것부터 잘하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주민규 인터뷰
- 데뷔골과 도움 3개를 기록했는데, 무엇이 더 좋았나요?
당연히 데뷔골이다. 나는 공격수이기 때문에 골을 좋아한다.
- 대표팀에서 멋진 활약을 펼치고 하루가 지났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전에는 이렇게 인터뷰를 못했다. 골 넣으니까 인터뷰도 할 수 있게 됐다.
- 이전까진 대표팀 이야기할 때마다 '가족들한테 미안하다. (가족들이) 가슴 아파한다'고 했다. 지금은 달라졌을 것 같은데
그전에는 대표팀 명단에 못 들었는데, 내가 많이 부족해서 안 됐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채찍질하면서 견뎌냈다. 가족들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항상 '왜 안 될까'라는 실망감을 가졌다. (기대감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해 가족들에게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한을 풀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오랜 기간 뽑히지 않았지만 계속 기다리고 노력했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가족들이 먼저 포기를 하지 않더라. 끝까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기 때문에, 나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 뒤늦게 데뷔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의미 있는 기록들을 세워나가고 있다. A매치 최고령 데뷔골 2위에도 올랐는데
'내가 나이가 꽤 많구나'라는 생각을 또 했다. 다르게 표현하면 나이가 많아서 더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에 동기부여를 갖고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 A매치에 데뷔했던 3월과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금 더 편안해졌다. 처음 들어왔을 때는 긴장도 많이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 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두 번째 들어왔을 때는 선수들과 소통 같은 것들이 자연스러워졌다. 경기장에서 그런 모습들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 이제 2년 뒤 월드컵 본선도 꿈꿔볼 수 있게 됐는데
그런 꿈은 꾸지 않는다. 당장 앞에 있는 것부터 해결해야 그다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씩 풀어나갈 생각이다.
- 2년 전 프랑스 스트라이커 지루가 36세에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했다. 마침 다음 월드컵 때 주민규 선수의 나이가 딱 36세다. 앞선 베테랑들의 활약이 동기부여가 될 것 같은데
굉장히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 '그건 프랑스의 지루고, 넌 주민규다'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한다. 사실 나도 (월드컵을) 생각하진 않고 있다. 일단은 다음 A매치, 다음 경기, 앞에 있는 것부터 잘하려고 생각한다.
- 지금 컨디션과 중국전에 임하는 각오는?
컨디션 굉장히 좋다. 골을 넣어서 부담감도 사라졌다. 중국전에서도 공격포인트나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 첫 발탁 당시 팬들이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는 걸개를 걸었다. '늦게 핀 꽃'이 별명이 된 것 같은데
팬분들한테 굉장히 감사하다. 그냥 '늦게 발탁됐네'라고 지나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해주셔서 '굉장히 관심 가져주시는구나' 생각했고 동기부여를 갖게 됐다. 일찍 폈으면 좋았겠지만 '늦게 핀 꽃도 아름답다'고 해주셨으니, 더 오래 버틸 생각이다.
- 첫 소집 때는 오픈 트레이닝이 없었다. 오늘 처음 대표팀에서 팬들을 만나는데
사실 처음 발탁됐을 때, 대표팀 입소하면서 사복 패션 사진 찍는 걸 기대했다. 그런데 당시 시기가 시기인지라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셨다. 그래서 아쉬웠다. 오늘은 이기고 난 다음에 오픈 트레이닝을 하게 돼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복을 얼마나 준비했나) 돈을 잘 안 쓰는 편인데 아내와 백화점에 가서 고가의 옷을 샀다. 그런데 보여줄 사람이 아내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괜찮다. 덕분에 좋은 옷 하나 샀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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