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이 언제 들어올지 예상할 수 있나요?
압수수색을 왜 할까요? 당연하게도,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어렵고 힘들게 영장을 받아 현장을 뒤져 보았는데, 아무것도 찾지 못했을 때입니다.
만약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상대방에게 “영장을 발부받았으니 몇 월 몇 일 몇 시에 어디로 방문하겠다”라고 미리 알려 주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뉴스에서 보셨겠지만, 갑작스럽게 압수수색이 들어오면 별 상황이 다 발생합니다.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는 사람, 컴퓨터를 부수는 사람, 침대 밑에 서류를 숨기고 깔고 앉아 있는 사람, 관련자에게 전화를 걸어 입단속을 시키는 사람, 심지어 본인이 창밖으로 뛰어내려 도주를 시도하는 사람까지. 어떻게든 증거를 숨기려고 하지요.
갑자기 압수수색이 시작되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미리 알려 주거나 언제쯤 하게 될 것이라고 양해를 구할 수 있을까요?
주변에서 종종 수사기관에 다녀오신 분들이 “경찰이 예상했던 것보다 잘 모르더라” “내가 말하는 대로 다 받아 적어 주더라” “자료 제출하라고 해서 대충 제출했더니 더 괴롭히지 않더라” 하시면서 안심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압수수색을 당해 뒤늦게 당황스런 얼굴로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압수수색은 그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어떠한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면 “아,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 정도 예상은 가능하나 시기 예측은 매우 어렵습니다.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는지 여부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의 공분을 사거나 피해자가 많고, 피해 정도가 클 경우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 수준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최근에 상담한 선거법 위반 이슈와 같이 너무나 명백하게 압수수색이 예상되는 사안도 있지만, 보통은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 정도 예측을 할뿐입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어느 정도 파악한 다음 그 혐의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수사를 진행할 때 압수수색은 수사기관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무기는 은밀하게, 기습적으로 사용해야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따라서 수사팀은 수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을 준비합니다.
수사기관은 수사가 개시된 사실이 알려지거나 사건과 관계된 사람을 불러 조사를 하면 증거인멸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사건일수록 수사 초기, 사람을 부르기도 전에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압수수색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사건을 경험한 여러 사람들이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다른 내용의 말을 할 때, 말의 내용과 객관적인 자료가 일치하지 않을 때, 저 사람이 하는 말이 과연 맞을까 의심이 들 때 그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강제수사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일 때도 기존에 확보한 증거를 더욱 강하게 보강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하거나 미진한 부분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을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처럼 압수수색은 언제 들어올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예상만 가능할 뿐이지요.
[허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LKB & Patners 형사대응팀, 디지털포렌식팀 소속. 국회, 검찰청, 선거관리위원회, 정부 부처, 교육청, 기업 본사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조정위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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