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에서 '금강경' 설파한 노 스님 "썩은 강 만든 오만한 국가"

김병기 2024. 6. 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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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새뜸] 8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불교환경연대 기도회... 50여명 참석

[김병기 기자]

 
 불교환경연대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감시민행동은 8일 세종보 천막농성장 앞 금강변에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생명살림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 서영석
 
금강변은 물안개로 자욱했다. 거세게 흐르는 강물 위로 가랑비가 흩뿌렸다. 물떼새 솟대 양쪽에 끈으로 묶어놓은 불교 탱화, 강바람 타고 나부꼈다. 목탁 소리가 물떼새 소리와 하나가 되고, 염불 소리가 흐르는 강물 위로 살며시 얹혀졌다. 그 앞에서 50여명의 불교 신도와 환경단체 활동가, 세종시민들은 연신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불교환경연대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시민행동)은 8일 세종보 천막농성장 앞 금강변에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생명살림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시민행동이 이곳에서 천막농성을 한 지 41일째 되는 날이다. 그간 천주교의 거리미사와 기독교의 금강 예배가 이어졌는데, 불교계에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의식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도회는 법일 스님(불교환경연대 고문)이 주관했고, 세상과함께 이사장인 유연 스님과 덕인 스님이 참석했다. 기도회의 첫 의식은 '4대강사업으로 죽은 생명들의 천도재'였다. 한두리대교 교각 밑에서 염불소리, 목탁소리,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법일 스님은 불교경전인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생심반야바라민다시~"
 
 불교환경연대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감시민행동은 8일 세종보 천막농성장 앞 금강변에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생명살림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 서영석
  
 불교환경연대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감시민행동은 8일 세종보 천막농성장 앞 금강변에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생명살림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 이경호
  
천도재를 마친 뒤 법일 스님은 종을 치면서 금강변쪽으로 가서 한 바퀴 걸었다. 유연 스님은 목탁을 쳤고, 그 뒤로 덕인 스님과 신도, 활동가, 시민들이 합장을 한 채 '나무아미타불'을 외면서 뒤따랐다. 이들은 거세게 흐르는 강물 앞에 일렬로 선 채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아름다움을 본 죄 때문에..." "우리가 산 강의 증인"
 
 8일 세종보 천막농성장 앞 금강변에서 열린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생명살림을 위한 기도회’
ⓒ 김병기
  
이어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새만금갯벌을 다룬 '수라'라는 영화의 작품 속에 오동필 단장(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한 말이 있는데 '나는 수라갯벌에서 생명들의 아름다움을 본 죄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도 같은 마음"이라면서 "세종보 수문을 연 뒤인 지금, 아이들이 물수제비를 뜨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우리 앞의 강이 진정한 강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이런 강을 지키려고 41일째 금강을 지키고 있다"면서 "금강의 생명들에게 '너희가 수장되면 우리도 함께 수장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오늘 오신 귀한 인연이 우리들에게 많은 힘이 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간사는 세종보 재가동을 막기 위해 천막농성을 시작한 이유 등에 대한 경과보고를 한 뒤 이같이 말했다.

"세종보 수문을 닫으면 여러분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여기 깔린 자갈을 만질 수 없습니다. 강변에 가서 물도 만질 수 없고, 한가롭게 산책도 할 수 없습니다. 6년째 수문을 열어서 거세게 흐르는 이 산 강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세종시는 매일 저희를 고발하겠다, 천막을 강제철거하겠다고 협박을 해오고 있는데, 여러분 덕분에 하루라도 버틸 힘을 더 얻었습니다. 끝까지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이 강이 생각날 때마다 찾아주셔서 '내가 산 강의 증인'이라고 외쳐주십시오."

법일 스님 법문 "금강에서 인간의 교만을 일깨운 금강경을 떠올린다"
  
 법일 스님이 불교환경연대가 주관한 '세종보 재가동 중단' 기도회를 주관하고 있다.
ⓒ 서영석
 
이어 법일 스님은 법문을 통해 10여년 전 4대강 100일 순례를 하면서 금강에 왔을 때를 회상하며 물고기들이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머리를 물밖으로 내밀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 '금강 요정'으로 불리는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의 만남, 물고기 떼죽음 때 포클레인으로 사체들을 퍼올리는 모습 등을 언급했다.

법일 스님은 이어 "(세종시가 세종보 수문을 닫아) 이곳에 수변공원을 만든다고 하는 데 썩은 강에 누가 오겠냐"면서 "왜 이렇게 국가가 불필요한 소모전을 하는지, 사람의 생명과 미물의 생명이 모두 귀하다는 인식에 이르는 문명대전환기에 왜 국가가 이런 암울한 짓을 벌이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일 스님은 "오늘날의 지구 위기, 생태환경의 문제는 인간이 지구의 중심이라는 오만과 교만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났다"면서 이같이 법문했다.

"인간과 모든 생명은 하나의 끈으로 엮여있습니다. 한 끈이 끊어지면 모두 무너지고 마지막에 인간의 삶도 평화롭지 않습니다. 금강의 앞 글자가 '비단 금'인 것은 아름답게 흐르기 때문입니다. 불교에도 '금강'이 있습니다. 한자는 다르지만 '금강경'입니다. 이 경전의 핵심은 인간의 아집으로 비롯된 아상을 끓는 것입니다. 나라는 생각, 나 아닌 것과의 구별이 인간을 번뇌스럽게 합니다. 사람만이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는 편견은 사람이 아닌 것과의 차별을 낳습니다. 하지만 나와 남을 구별 짓지 말라,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게 금강경의 가르침입니다. 오늘 금강에 와서 금강경을 생각합니다."

법문이 끝난 뒤 4대강 100일 수행길 순례자였던 금강화 씨가 발원문을 낭독했다.

"보를 열어 강물이 흐르자 강이 다시 강답게 되었습니다. 여울이 지고 모래톱과 자갈이 쌓이고 물떼새와 토종물고기들이 돌아왔습니다. 이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의지처이자(중략) 물속의 조개들과 송사리, 아이들이 재잘대고 노래하는 강가는 마음밭이 가난한 우리를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부디 다시 강물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그리하여 다시 강이 죽고 강에 깃든 생명들이 죽는 일이 없도록 모든 생명을 보살피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장 생중계 https://www.youtube.com/live/cSD9O_BbltQ?si=dieVoCTzkEsFZ_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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