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한류 될 한국 현대미술... 이 작가의 작품이 기대된다

이혁발 2024. 6. 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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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째 화업, 25회 심홍재 개인전 '흔적에 대하여' 평화의전당서 개최

[이혁발 기자]

 <공(空)>, 28cm×45cm, 2024
ⓒ 심홍재
 
한 예술작품엔 한 사람의 온 생애가 담겨 있다

예술작품에는 그 작가의 모든 인생이 담겨 있다. 설혹 실 작품제작 기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 작품이 완성되는 데는 그때까지 살아온 나이를 작품제작 기간이라 보아야 한다. 37년째 작업을 하고 있는 이 작가의 작품제작 기간은 37년이라 할 수도 있고, 작가의 나이인 61년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는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 미학은 기본이고, '왜 그리는가?' 같은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무엇을 그릴 것인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등의 작업 의도가 반드시 기본장착되어야 한다. 이 기본 장착을 위해서 자기 삶의 경험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철학)이 통째로 녹여져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예술작품 작품이 완성되기까지는 솜털 같은 바람에서부터 날아갈 듯한 폭풍우를 맞아가며 살아온 작가의 전 생애가 담겨 있어야 하는 것이다. 즉 혼신이 담겨야 작품 하나가 탄생한다. 

이렇게 혼신(온 힘)을 다해 온 개인전만 벌써 25회나 되었다. '자기 삶의 자식'인 작품들을 많이도 생산했다. 환갑을 넘어서니 지나온 자식도 한번 돌아보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전시 주제도 '흔적에 대하여'라고 정하고 신작 25점을 걸고 이전 작품 중에서도 20여 점을 골라 걸었다.

켜켜이 쌓아 올린 혼신의 여정들이 전시장에서 강렬한 에너지들을 뿜어내고 있다.
 
 <무위자연(無爲自然)>, 51cm×135cm, 2024
ⓒ 심홍재
 
기운생동 하는 자유로운 '획'의 힘

이번 작품들은 자개농 일부분을 힘차게 그어나간 자유로운 '획'으로 오려낸 다음, 폐목이나 액자, 판에 부착시켜 현대미술작품으로 변환시킨 작업이다. 이 '획'들은 몇 년 전에 문자라는 틀 안에 있었지만, 지금은 문자와 형상이 자유로이 어우러지거나 문자를 벗어난 자유로운 드로잉, 자동기술적인 드로잉에 가까워졌다.

이 획들은 초서체 한자나 알 수 없는 외국 문자 형태를 띠지만 무엇을 의미하는 단일 표상에서 수많은 해석, 상상이 가능한 추상문자가 되었다. 어떤 형상이긴 하나 형상을 넘어서는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형상도 담은 것이다.

이제까지의 생각과 경험, 철학, 즉 온 삶이 담겨 있는 획들이 광채 나는 자개장과 만남으로 꿈틀꿈틀 기운생동 한다. 이 획들은 작가가 그간 쌓아 온 서예(붓 다룸)의 내공과 37년 화업에서 오는 미적 감각, 거기에다 여러 굴곡의 삶의 경험들이 함께 녹여져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획들이 거침없는 질주이자 끝맺음이 있으며, 단단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자유로워 보이는 것은 치열하고 역경의 60년 삶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관람객은 이 획들의 활발한 움직임에서 마치 응집된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현장을 목도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작품의 허공간(여백)의 중후하거나 숭고한 색면과 따스한 색들의 붓질 흔적에서 하심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예수 십자가에 못 박힌 상태를 표현한 '평화를 빕니다'라는 작품을 보면 이 작가의 심정을 예측할 수 있다.
 
 <획-꿈으로부터>, 70cm×35cm, 2024
ⓒ 심홍재
 
전통과 현대의 완벽한 만남

버려진 자개장과 버려지거나 쓸모가 없어진 목재를 잘 버무린 이 작업들은 여러 의미를 창출한다. 첫째, 버려진 것, 기존 용도를 잃어버린 것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장인의 고단한 손길의 결과물, 즉 민화같이 대중적 미술품을 격조를 높인 미술작품으로 변환시킨 것에 의미 있다. 사용가치를 무사용 가치로 전환한 것이다.

둘째, 이 재료들이 세월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물의 존재 시간은 그 시간만큼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에 닿아진 목재의 한 귀퉁이는 우리에게 많은 사유(소멸, 존재함 등)를 발생시킨다. 자개장의 파편에서는 그걸 만든 장인의 어마어마한 땀과 노고, 그 자개장이 놓여있었던 부잣집, 그 집에서 생활했을 사람들 등 숱한 사연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감정적 일렁임과 사유라는 과정을 통해 한 단계 격조 높은 삶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셋째, 광채 품은 자개가 있는 검은색 획들과 폐목재나 율동 하는 강렬한 색면과의 만남, 이 조합은 상당한 미적쾌감을 제공한다. 수 없는 조각으로 인해 다양한 각도로 분절되는 반사로 생기는 자개의 은근한 광채는 우아한 미적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광채는 유혹적이다. 값싼 빛남은 금방 돌아서게 만들지만, 이런 고급스러운 광채는 우리의 눈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Love is>, 75cm×45cm, 2023
ⓒ 심홍재
 
한국미술의 한류(K-아트)의 한 물줄기가 될 것

장담하건대 한류의 물결은 반드시 미술시장에도 온다. 우리나라 미술은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그중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국적이고 독창적인 맛을 내는 작가는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통재료를 잘 버무려 현대화시킨 이 작가의 작품은 한류 물결의 한 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손혜원 전 의원이 기획한 나전칠기 작품을 앨튼 존이 구매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자개는 매우 매력적인 우리 것이다. 이 자개장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창출한 심홍재의 이 작품들은 이른 시간에 세계적으로 각광 받으리라 기대된다.
 
 <무위자연(無爲自然)>, 56cm×40cm, 2024
ⓒ 심홍재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에는 유일성과 독창성이 기본 바탕이다. 그 작가만이 만들어내는 것이 될 때 그 가치는 높아지는 것이다. 심홍재의 이 작업들은 심홍재만의 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가'라는 호칭에서 '가'자는 '집 가'자를 쓰는 데 이것은 집 한 채를 가질 정도의 작업의 터를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집이 크면 '대가'라 불려지는 것이다. 심홍재의 작업은 이제 대가라 칭해도 될 정도의 예술적 완성도가 구축되었다고 본다.

 
▲ 전시장 풍경 1990년대 작품들
ⓒ 심홍재
 
전시는 8일 시작해 오는 25일까지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다. 61년간의 역정이 시간이 녹아 있는, 37년간의 화업이 켜켜이 쌓여 있는 한 예술가의 숨결을 느껴보시려면 호젓하고 성스러운 기운이 도는 평화의전당을 찾아가시기를 권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행위예술가협회 회장이기도 한 작가의 2015년 유라시아횡단 행위미술 프로젝트 관련 자료들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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