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호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한별에게 준 지혜
최상호(69)는 지난 7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 골프장에서 벌어진 KPGA 선수권 2라운드를 마친 후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한국 골프에서 최다승(43승)을 기록한 노장의 마지막 라운드가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함께 라운드한 김한별이 구한 조언에 답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마흔 한 살 차이 대선배의 지혜를 담은 김한별이 8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 골프장에서 벌어진 KPGA 선수권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중간합계 8언더파로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김한별은 “세대가 달라 잘 몰랐는데 사람들이 그 분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왕처럼 모시는 듯했다. 골프 실력도 대단했다. 이곳은 전장이 길어서 그랬지만 맞는 코스에서 쳤다면 오버파는 절대 안 칠 것 같은 실력이었다. 그분의 지혜를 듣고 싶었다”고 했다.
“안 풀릴 때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셨냐”고 김한별이 질문했다. 최상호는 “슬럼프는 핑계다. 연습을 충분히 하면 해결된다”라고 했다. 최상호는 또 “거리를 줄여라. 공을 몰고 다니면서 코스 안에서 쳐야 한다. PGA 투어 선수들도 그렇게 한다. 우리 선수 중에는 너무 세게 100%의 힘으로 치는 선수들이 있다”고 했다.
김한별은 “다른 사람도 한 얘기일 수 있지만, 최상호 프로님의 얘기라 진지하게 들었다. 나는 아크가 커서 드라이버로 그냥 쳐도 270~280m 정도 가는 데 5~10m 더 치겠다고 힘을 쓰다가 상체가 들려서 실수가 나왔다. 오늘은 70~80% 정도로 부드럽게 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하니 마지막 홀 티샷 빼고는 뜻대로 갔다. 오히려 부드럽게 정타만 맞히는 게 거리가 더 나간 느낌도 든다”고 했다.
김한별은 또 “돌아보니 우승하고 나서 연습량이 확 줄었다. 연습보다는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월요일은 쉬었는데 그게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다. 사실 자신 있는 샷 할 때는 긴장 안 되는데, 자신 없는 샷을 할 때는 실수하면 어떡할까 걱정이 된다. 훈련을 더 해 부족한 것 채워 넣어야 한다. 이제 월요일에도 연습하겠다”고 말했다.
김한별은 2년 전 포어캐디에 욕설을 해 출장 정지 등의 징계를 받은 일이 있다. 김한별은 “그 사건 이후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됐다. 그런 사건이 없으면 더 좋았겠지만 나를 돌아봤고 사람 됨됨이 면에서는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상호는 1, 2라운드 합계 10오버파 152타로 컷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골프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을 보냈다”고 말했다.
양산=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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