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아파트 종부세 0원... 더 감세하겠단 민주당, 말이 되나"
[이영광 기자]
다시 종합부동산세 폐지 논쟁에 불이 붙었다. 사실 종부세 폐지는 2005년 법이 제정될 때부터 줄곧 나왔던 얘기이긴 하다. 차이점이라면 이 주장을 거론한 '주체'다. 이전까지 종부세 폐지를 내세운 건 보수 정당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1주택자 종부세 면제'를 주장하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폐지'를 제시했다.
다시 불붙은 종부세 폐지 논쟁을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최 소장과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
ⓒ 이영광 |
- 종부세 폐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왔는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한숨부터 나오는 소리죠. 윤석열 정부조차도 종부세는 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통합하겠다는 개편 방향을 밝혔잖아요. 근데 민주당에서 전면 폐지 소리까지 나오니 심각한 문제죠.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건 자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거예요. 세금을 내는 당사자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우리 공동체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세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죠.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 없는 거죠.
안 그래도 세수가 수십 조씩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의 부자 감세에 대해 비판적이던 민주당의 기존 입장과 너무 안 맞는 거잖아요. 이건 진보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생각해요. 진보 진영 유권자들 중엔 공동체를 위해서 세금을 더 걷고 복지를 늘리는 정책 방향을 전제로 민주당 지지한 분들이 많죠. 그래서 야당이 압승하는 총선 결과가 나왔을 텐데 총선 끝나자마자 일부 의원들이 그런 논의를 끌고 가는 게 매우 부적절하죠."
- 종부세 폐지 이야기가 왜 나올까요?
"지금 논의를 촉발한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특성을 보면 됩니다. 종부세를 내는 고가 주택이 있는 지역구들이거든요. 예를 들면 박찬대 의원 같은 경우에는 송도 신도시가 지역구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고민정 의원, 박성준 의원의 지역구에도 고가 주택이 일부 있죠.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이렇게 하는 거죠."
-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에서 종부세 완화를 공약한 바 있어요.
"지난 대선 때 여야 가릴 것 없이 감세와 규제 완화를 공약했죠. 이재명 후보는 세금 감세 정책을 하다 보니 주거복지 정책을 못 내놨어요. 그 이유가 종부세가 주거복지의 중요한 재원이기 때문이에요.
종부세 세수가 감소하면서 결과적으로 주거복지 예산이 크게 감소하고 있어요.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을 확 줄이고 그 다음에 주거급여라고 주거비 지원 예산을 많이 늘리지 않고 있어요. 결국 정부에 세금이 없으면 가장 취약한 계층의 몫을 줄이는 일이 발생해요. 부자 감세가 가난한 분들에게 영향 미치는 거죠.
그리고 종부세는 국세로 대부분이 지방에 교부되고 있어요. 이게 주거복지의 근간이 되는 예산이고 지방재정에 굉장히 중요한 세금이란 말이에요. 근데 이런 세금을 사회적 논의도 없이 폐지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이 민주당에서 나오는 게 매우 유감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지점은 그분들이 이런 내용을 아냐는 거예요."
"'집 가진 게 죄는 아니지 않냐'? 말도 안 되는 주장"
- 그럼, 1주택자도 종부세 폐지하면 안 된다고 보세요?
"오늘(4일) 기사 나온 거 보니까 (서울) 서초구에 있는 45평짜리 아파트를 부부가 공동으로 한 채 소유하고 있을 때 지금도 종합부동산세가 0원이라는 거예요. 제가 그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계산해 보니까 실거래가 40억 원인 집의 종부세가 0원이 되더라고요. 실거래가가 40억 원이어도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과세 표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데요. 과세 표준은 공시가격 기준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서 산출됩니다.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69% 정도 되는데요. 40억 원의 69%면 28억 원이 되죠. 여기에 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하게 되는데요. 이게 이름하고 정말 다른 거거든요. 전혀 공정하지 않은 세금을 할인해 주는 장치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2022년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로 적용하기로 했던 것을 60%로 낮췄습니다. 28억 원의 60%면 17억 원 정도 됩니다. 실거래가 40억 원짜리 아파트의 과세표준이 17억 원이 되는데, 1주택자에 대해서는 때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 각각 9억 원씩 공제를 해주거든요. 9억 원씩 18억 원을 공제하고 나면 종합부동산세가 0원으로 산출되는 거죠. 지금 이런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감세를 이미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종부세 세수가 굉장히 줄어들었어요. 이런 상황인데 여기에다가 또 감세하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저도 주변에 민주당이 도대체 왜 이런지 물어봐요."
- '집 가진 게 죄는 아니지 않냐'는 논리인데요.
"우리 연구원 중 한 분이 20년 가까이 된 소형 자동차를 가지고 있어요. 주행거리가 거의 20만km인 자동차의 연간 자동차세가 수십만 원인데요. 지금 40억 원 가까이에 거래되는 아파트의 종부세가 0원인 상황에서 '집 가진 게 죄는 아니지 않냐'고 하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 '수십 년 살던 곳인데, 갑자기 집값이 오른 걸 어떻게 하냐'는 사례도 있는데요.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 유성호 |
"종부세의 기능은 집값 안정만이 아니에요. 과세의 형평성 즉, 부담 능력이 있는 사람이 우리 공동체가 써야 할 세금을 내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거든요. 지금 종부세가 얼마 안 된다고 하는데 아무리 많이 줄어들었어도 지난해 결정세액이 주택 토지분 합하면 4조 2000억 원이거든요. 윤석열 정부의 감세로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세수 규모로 보면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죠.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 대해서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도입하면 5000억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거든요. 이걸 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하는 나라인데, 지금 종부세는 4조 2000억 원이 걷혀요. 4조 2천억 원이면 전세 사기 피해자 수만 명에게 피해 금액을 100%를 돌려드릴 수 있는 돈이에요. 이런 돈을 매년 걷고 있는데 이게 우리 사회에 큰 기여가 없다고 얘기하면 안 되죠."
- 종부세가 이중과세란 주장은 어떻게 보세요?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종부세 부과할 때 재산세에 대해 감액해 주는 장치가 있잖아요. 종부세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최근에도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강화가 합헌이라는 판정 받았습니다."
- 재산세와 종부세를 통합하면 안 되나요?
"재산세는 지방세거든요. 그래서 국세인 종부세를 별도로 거뒀던 거예요. 종부세는 국세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거둬서 지자체로 나눠주죠. 지방세라는 것은 예를 들어 서울에서 거둔 세금을 서울에서 쓴다는 의미거든요. 종부세로 걷힌 세금의 많은 부분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이유가 국세이기 때문이에요.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게 되면 서울에서 걷힌 종부세를 서울에서 쓰게 되거든요.
현재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교부되는데, 만일 재산세로 통합된다면 현재 종부세가 하는 역할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작동 방식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야 되겠죠.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개편하면 그동안 거둬들이고 있던 세수도 문제지만 작동 방식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해요. 지금의 작동 방식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기초지자체는 지방세로 통합하는 방식에 찬성하지 않을 거잖아요. 그러니까 종부세는 단순하게 폐지하자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 종부세 문제를 생산적으로 해결해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윤석열 정부에서 감세로 종부세 세수 감소가 있었단 말이에요. 이에 대해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의 종부세가 0원이어도 되는 것인지도 논의해야 하고요. 공공임대주택 공급, 주거비 지원 강화,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확대에 소요되는 재원 확보가 시급합니다. 종부세를 폐지하면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나 주거급여 인상,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거든요.
이미 부자 감세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잖아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종부세 세율도 낮췄고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낮췄고 공시가격 로드맵도 지키지 않고 폐지해 버렸죠.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예산을 5조 원씩 삭감하고 주거급여도 제대로 안 올려주고 있어요. 주거급여엔 집을 고쳐주는 '수선유지급여'라는 게 있는데 이건 몇 년째 한 푼도 안 올리고 있어요. 전세 사기 피해로 8명이 목숨을 잃은 국가적인 재난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정을 투입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거든요. 부자 감세의 후과로 발생하는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도 있던 종부세를 폐지 내지 축소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저로서는 이해 안 됩니다."
-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뭘까요?
"민주당이 종부세 논의를 하면서 부자 감세로 인한 부작용들을 얼마나 고려할지예요. 당초 2022년 종부세에 적용하기로 한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100%였는데, 윤석열 정부가 그냥 한 번에 60%로 해버렸단 말이에요. 이게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80%였어요. 문재인 정부 때 매년 5%씩 올려서 100%에 간신히 도달하려고 했던 거거든요.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변경이 되는데, 그러다 보니 정권에 따라 너무 큰 차이가 나요. 공시가격 로드맵은 법정계획인데 윤석열 정부가 폐지해 버렸어요.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의한 종부세 감세 장치에 대해 22대 국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잘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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