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범죄24時]"돈 불려줄게" 장애인 등친 인면수심 사기꾼들

주식 투자 명목으로 5000만원 갈취
명의 빌려 대출 받고, 연금도 가로채

하반신을 다쳐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A씨(41)는 2022년 12월 15일 인터넷 채팅에서 이모씨(53)를 만났다. A씨는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씨가 “함께 주식을 하면 돈을 3배로 불려주겠다”고 말하자 마음이 동했다. 몸이 불편해 취업이 쉽지 않았던 A씨는 이씨가 알려준 계좌로 150만원을 입금했다.

누범 기간에 또다시 사기 행각…피해자 두 번 울렸다

이후에도 A씨는 이씨에게 여러 차례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보냈다. 매번 달라지는 계좌에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씨는 “주식 전문가들이 여러 분야에서 투자하고 있다”면서 곧 투자금이 회수될 것이라 안심시켰다. 그렇게 A씨는 이씨에게 모두 26차례에 걸쳐 5430만원을 입금했다. A씨의 전 재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두 달이 넘도록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결국 이듬해 3월 23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수사에 착수한 부산 기장경찰서는 이씨가 여러 계좌를 사용한 데다가 휴대폰 역시 타인 명의로 개통된 탓에 수사에 애를 먹었다. 마땅한 거주지도 없어 추적 또한 쉽지 않았다. 그러다 경북 경산경찰서에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 접수된 것을 파악하고, 병합해 수사를 이어갔다.

두 피해자의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이씨가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에 머물고 있는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해 5월 12일 이씨를 체포했다. 이씨는 A씨와 또 다른 피해자로부터 뜯어낸 9000여만원으로 서울 역삼동의 유흥업소 등지에서 하루 500만~800만원씩 사용하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씨는 2011년과 2015년, 2018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저질러 2년 6개월~3년 6개월씩 징역을 살고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곧장 이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숙식 제공해줄게’ 수천만원 가로챈 20대

경기도 광주에서는 지적장애인들을 상대로 숙식을 제공해주겠다며 접근한 뒤 함께 생활하며 임금, 연금 등을 가로챈 20대가 검찰에 넘겨졌다.

양모씨(24)는 2021년 2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7개월간 자신의 가족과 살고 있는 자택에서 B씨 등 20대 지적장애인 2명과 함께 지내며 이들의 명의로 받은 대출금과 임금, 퇴직금, 장애인 연금 등 6000만원을 갈취했다.

양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B씨 등을 소개받아 숙식 제공을 빌미로 접근한 뒤 생활비를 내라고 요구하거나, 돈 관리를 해주겠다고 속이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이 밖에 이웃 주민인 70대 C씨에게 접근해 국가 보조금을 받아주겠다고 속여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뒤 자신에게 계좌 이체하는 수법으로 80만원가량을 갈취하기까지 했다.

양씨의 범행은 피해자 중 한 명의 가족이 피해자 명의로 대출이 이뤄진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양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조차 여러 차례 불응한 끝에 결국 체포돼 구속됐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광주경찰서는 양씨를 준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