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장미란 자리에"…탁월 인사 찬사받던 尹, 도로 찐윤 회귀?
지난해 6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발탁은 윤석열 정부에선 보기 드문 깜짝 인사였다. 청년도 여성도 흔치 않은 내각에서 임명된 39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차관은 윤석열 정부 변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야당에서도 “장미란 발탁은 제일 탁월한 윤석열 인사로 평가한다”(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장 차관의 후임 인선을 두고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용 전 국민의힘 의원이 후임자로 거론되자,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지난 1월 윤·한 갈등의 시발점이 된 “윤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기사를 여당 의원 단톡방에 처음 올린 인물이다. 대선 기간엔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맡았고, 4·10 총선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해 낙선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다른 자리도 많은데 왜 하필 장미란 자리에 이 전 의원을 데려다 쓰려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 인사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여권에선 이 전 의원 기용설을 하나의 시그널로 해석하며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아는 사람을 선호하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검사 시절부터 옛 인연을 인사의 중요 요소로 고려해왔던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뒤엔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주변 추천을 받아 과거 인연이 없는 정치인(홍철호 정무수석)을 발탁하거나, 같은 검찰 출신이어도 근무 연이 없는 인사(김주현 민정수석)를 요직에 기용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선 출마 초기부터 윤 대통령을 도왔지만, 여전히 서로 존댓말을 쓸 만큼 거리감이 있는 사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용 전 의원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선호하는 이들을 재차 기용하자 여권 일각에선 “민심과 동떨어진 인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에서 낙마한 검찰 출신인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을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하거나, 윤 대통령의 6촌인 최승준 선임행정관을 시민사회 1비서관으로 승진하는 등의 대통령실 인사가 주요 사례로 꼽힌다. 국정농단 수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시민사회수석실 3비서관에 앉힌 것도 뒷말이 많다. 총선 낙천자들이 속속들이 대통령실로 복귀하는 상황을 두고 한 여권 관계자는 “총선 패배의 약발이 두 달을 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결정적 시기마다 인사 이슈로 지지율에 결정타를 맞았다. 총선 기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호주대사 임명과 뒤늦은 사의 수리는 선거 패배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3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28~30일, 성인 1001명 전화면접)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1%로 취임 후 최저치였다. 이달 말 중폭 개각을 앞두고 대통령실에선 “더 이상의 인사 악재는 곤란한 상황”이란 말이 나온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인사만으로도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고 국정운영의 동력이 생긴다”며 “현 정부의 최근 인사는 지지율 20%대 정부의 모습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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